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 출석 결백 주장

서면심사만 할 경우 밤 늦게 결정
朴 최장 심사와 달리 빠른 집행될 듯
정치보복 강조 위한 노림수 불구
“스스로 인정한 셈” 자충수 전망

이명박(MB) 전 대통령 구속 여부가 이르면 22일 밤 결정된다. 1년 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나와 결백을 주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방어권을 포기하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구속 갈림길에서 ‘심사 불출석’이라는 강수를 둔 이 전 대통령의 선택이 구속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110억원대 뇌물을 받고 비자금 350여억원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 대신 변호인과 검찰 측만 참석하는 심문이 고려되기도 했으나, 이 대통령 측에서 변호인 역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는 쪽을 택해 심문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서면심사로만 구속 여부를 결정하거나 ▦이 전 대통령 측이 심문에 참석하는 심사 기일을 새로 잡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다. 법원이 서면심사만 하기로 결정한다면 22일 밤이나 다음날 새벽 구속 여부가 결정되고, 심사 기일을 따로 잡으면 구속 여부 결정이 최소 하루 이상 미뤄지게 된다.

이런 혼선이 빚어진 건 피의자 대신 변호인만 참석하는 심문이 가능한 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까지 심사 일정이 이처럼 명확히 정해지지 않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전 대통령처럼 피의자 본인이 불출석하는 것 또한 예외적인 경우로 꼽힌다. 영장실질심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1997년 도입된 제도로, 통상 직접 나와 구속수사의 불필요성을 항변하는 게 피의자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도 1년 전 영장실질심사에 나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직접 했다.

이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이 사법체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심사 불출석 결정을 한 이유는 “정치 보복으로 인한 수사임을 강조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많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미 관련자들이 방대한 진술을 한 상태에서 모르쇠 전략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며 “구속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해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정치 생명이 끝나는 상황이라 계속 부인할 수 밖에 없다”며 “정치 보복에 따른 희생양임을 자처하기 위해 영장청구서까지 배포하며 검찰이 엉터리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고 호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석’보다 ‘혼전’을 택한 이 전 대통령의 전략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 및 본 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방어권 행사를 포기한 사람을 법원이 적극 보호할 이유가 없어 범죄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죄책을 떠넘기는 모르쇠 전략 역시 증거인멸 우려로 인한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 다른 변호사는 “일반 사건에서는 불출석이 반사회적 태도로 받아들여져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맞지만, 워낙 정치적 사건이다 보니 심사 참석 여부가 법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만약 22일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서류심사만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역대 최장시간을 기록한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 비해 빨리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자택에 대기하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을 검찰 수사관들이 체포해 구치소로 호송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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