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인근 20여곳
차량제공으로 사실상 호객행위
단속근거 불분명 강제 못해
서울아산병원 인근 약국 밀집지역.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앞. 줄줄이 늘어선 승합차에 환자들이 올라 탄다. 승합차의 정체는 인근 약국으로 환자를 실어나르는 셔틀 차량이다. 약사법 상 금지된 호객행위라는 비판과 병원 앞 도로가 정체된다는 민원이 빈발하지만 벌써 10년 넘게 계속된 풍경이다.

다른 대학병원에서 볼 수 없는 환자 실어 나르기가 이 병원 인근 약국에서 관행이 된 것은 병원 주변이 학교, 올림픽공원, 아파트단지 등으로 둘러 싸여 병원 앞에 이른바 ‘문전 약국’이 들어설 수 없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인근 20여개 약국들은 올림픽대교 남단 사거리와 지하철 잠실나루역 등에 밀집돼 있다. 병원에서 이곳까지 육교나 지하도를 지나야 하므로 도보로 10~20분 정도 걸린다. 중증이나 고령환자, 지방에서 올라 와 지리에 어두운 환자 등에게 약국이 제공하는 차량은 매우 편리한 이동수단인 셈이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환자들은 당국 단속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5년 전부터 만성신부전 치료를 위해 3개월마다 대구에서 내원하고 있는 김모(56)씨는 “차를 타고 약국에 갈 수 있고, 약을 탄 후에도 인근 지하철 역이나 터미널까지 데려다 줘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당국도 적극적으로 단속하기보다 사실상 방치하는 실정이다.

최근 송파보건소가 약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영상 민원 건은 비교적 법 위반 여부가 분명해 보이는 건이다. 송파보건소 관계자는 21일 “영상을 확인한 결과, 약국 안내원이 특정 약국을 선택하지 않은 환자에게 다가가 약국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등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방해한 혐의가 발견돼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법상 금지된 환자유인행위로 판명되면 이 안내원을 고용한 약국은 의료법 제44조에 따라 약국 업무정지 3일에 해당하는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하루 1만명 이상의 외래 환자가 몰리는 아산병원 인근 약국의 수익을 추정해 보면, 업무정지 3일은 매우 가벼운 처벌이어서 약국들이 호객행위를 멈추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영상 증거가 없는 민원이 접수될 때는 법 위반 자체도 판단하기 어렵다. 환자가 병원 무인기에서 처방전을 발급 받으면서 미리 특정 약국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해당 약국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더라도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약국들이 무료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어, 돈을 받고 특정 노선을 운행할 경우 적용되는 여객자동차사업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2015년 강동ㆍ송파경찰서가 합동 단속해 차량운행자들을 입건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느슨한 단속을 틈타 이른바 ‘사무장병원’처럼 약사 면허를 대여해 운영하는 ‘면대 약국’이 더 적극적 호객행위를 한다는 소문마저 돈다. 송파구약사회 소속의 한 약사는 “면대약국이 이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들 약국은 다른 약국보다 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안내원을 고용해 적극적으로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