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3권’ 원칙적 인정

노동자 단체행동권 폭넓게 인정

근로조건 아닌 ‘사회적 파업’ 가능

개헌안 통과 땐 물리력 보유한

군인 등 노동권만 일부 제약

‘노동3권 제한 범위’ 논란 여지

‘노동존중사회’ 기틀 마련 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명시

비정규직 고용 형태 확대 의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한국일보

20일 공개된 1987년 9차 개헌 후 30여년 만의 개헌안에는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공무원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보장,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 노동계의 요구를 헌법에 반영해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기틀을 세우려는 시도다. 개헌안대로 통과된다면, 지금은 전면 금지돼 있는 공무원 파업이 허용되고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합법화되는 등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고, 현역 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하기로 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법률로 정해진 경우’에만 노동3권을 보장받는다. 때문에 6급 이하의 일반직 공무원만 노조 가입이 가능했고, 그마저도 경찰ㆍ소방공무원 등 직종에 따라 노동3권을 아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의 집단행위 금지조항에 의해 모든 파업(단체행동권)은 불법이었다.

그러나 개헌안이 통과되면 물리력을 보유한 군인 등의 노동권만 일부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제한’의 범위를 개별 법률에 위임해두면서, 군인을 비롯해 경찰 등의 노동권이 어디까지 인정될 지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공무원 중 현역 군인에 가까운 정도가 어디까지인가는 법률에 위임했고. 이는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어디까지 (노동3권을) 인정할지 제한할지 논의를 먼저 했어야 한다”며 “원칙부터 정해놓으면 협상이 제대로 되겠나”고 꼬집었다.

공무원뿐 아니라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근로조건이 아닌 권익보호와 관련된 ‘사회적 파업’이 합법화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도 이슈 중 하나다. 개헌안은 노사의 힘의 균형을 위한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파업만 허용하고 있는 현행 헌법에 기초해 지금까지 대법원에서는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위한 파업이 아닌 정리해고나 민영화 정책 등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의 경우 대부분 불법으로 봤다. 2015년 4월 민주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해 벌인 총파업을 정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나 인사불만으로 인한 파업뿐 아니라 초기업적 단체행동도 가능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전체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민주노총 차원에서 총파업이 가능해지는 지평을 여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차별과 불공정 해소를 위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헌법에 명시한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이 원칙을 반영해 남녀 간 임금 차별을 금지했지만, 앞으로는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법제화와 차별시정제도 보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도 신설된다. 여야 정치권이 일찍부터 기싸움을 벌였던 ‘근로’라는 표현을 ‘노동’으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근로라는 용어가 ‘부지런히 일한다’는 의미로 의무에 방점을 찍고 있어 노동이라는 적극적 개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헌법에서 용어가 바뀌게 되면 근로기준법, 근로복지기준법 등 관련 하위 법령도 용어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국민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이것만은 지키자고 결단하는 것”이라며 “다만 원칙은 잘 작동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헌법 원리로 격상시키되 개별 법률을 다시 살펴 격차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ê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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