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면서 널리 쓰이는 말인데 자주 틀리는 것 중 하나가 ‘갖은’과 ‘가진’이다. 학위 논문의 제목에서조차도 ‘다양한 기능을 갖은 식물’이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는 ‘가진’을 잘못 쓴 것이다. ‘갖은’은 ‘여러 가지의’라는 뜻을 지닌 관형사로, 명사 앞에서 수식하는 형태로만 쓰인다. ‘갖은 나물’, ‘갖은 방법’, ‘갖은 노력’과 같은 구성으로만 쓰이는 것이다. ‘기능을 갖은’에서는 ‘기능을’을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가 와야 할 자리이므로 ‘갖은’이 아니라 ‘가진’을 써야 한다.

이러한 오류는 준말과 본말의 활용 양상이 달라서이다. ‘가지다’라는 동사는 문장에서 ‘가진, 가지니, 가져서, 가지고’ 등으로 제한 없이 쓰이는 반면 ‘가지다’의 준말인 ‘갖다’는 제한된 형태로만 쓰인다. ‘갖고, 갖지’ 등과 같이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말(어미)은 붙을 수 있지만 ‘갖은’, ‘갖으니’와 같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은 붙을 수 없다. 이럴 때는 항상 본말의 활용형인 ‘가진’, ‘가지니’만 써야 한다.

유사한 말로 ‘서두르다, 서둘다’, ‘머무르다, 머물다’도 있다. ‘가지다, 갖다’와 마찬가지로, 자음으로 시작하는 말이 붙을 때는 본말과 준말 모두 문제가 없다. ‘서두르고, 서둘고, 머무르고, 머물고’와 같이 두 가지 형태 모두 쓸 수 있다. 그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은 본말에만 붙을 수 있고, 이때 본말은 형태도 변해서 ‘서둘러, 머물러’와 같이 써야 한다. 준말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이 붙은 ‘서둘어, 머물어’는 틀린 표기이다. 결과적으로 ‘서둘러, 머물러’로만 써야 하고 ‘서둘어, 머물어’로 쓰면 안 된다. ‘서투르다/서툴다’도 마찬가지이다. ‘서툴러’만 맞고 ‘서툴어’는 틀린 표기이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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