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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의 길

입력
2018.03.20 13:5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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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회담도 평화구축 보장 못해

지도자 사이에 신뢰구축이 급선무

北에 비핵 평화국가의 길 설득해야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세기의 정상회담이 연거푸 개최된다. 4월과 5월로 각각 예정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포함한 김정은의 전략적 결단이라고 했다. 기대를 뛰어넘어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5일, 한국 특사단에게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하였고,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와 비핵화를 위한 북미간 대화도 결단했다. 이렇게 열리게 된 4ㆍ5월의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전기가 되길 갈망한다.

그러나 세기의 정상회담이라고 그것이 국가간 평화구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대적 국가 간의 정상회담이 평화적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파국적 결말을 맞은 예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1938년 9월, 영국 수상 체임벌린과 독일 히틀러의 뮌헨 회담은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세계대전의 전주곡이 되었다. 독일의 체코 공격과 그에 따른 유럽 대전의 가능성을 우려하여 체임벌린 수상은 체코의 일부였던 주데텐을 독일에 할양하고 상호전쟁에 돌입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히틀러와 체결하면서 이로써 유럽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독일이 체코를 점령하고 폴란드마저 침공,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미국과 소련 정상의 1989년 몰타회담은 냉전체제 하의 양진영 간 이념적 대립을 끝내고 국제평화를 가져온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취임 초기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부르던 레이건 미 대통령은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한 고르바초프와 1985년 이후 제네바와 레이캬비크, 모스크바 등지에서 수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개인적 신뢰를 쌓았다. 슐츠 미 국무장관은 스탠포드대 경제학 교수 출신답게 고르바초프에게 사회주의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외경제개방과 인적 자본 개발이 필요함을 설명하였고, 소련 지도부는 이를 경청했다. 적대관계였던 양국 지도자들 사이에 개인적 신뢰가 구축되고 국가발전 방향에 대한 전략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몰타 정상회담은 냉전적 대결 해소라는 큰 성과를 낳을 수 있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파국을 방지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도 지도자들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전략 방향에 대한 상호 인식 차이를 좁혀야 한다. 최고권력자로 등장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강성국가 건설이라는 국가목표를 재설정,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핵무력과 경제건설을 병행한다는 병진노선을 국가전략으로 추구해 왔다. 그러나 여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그 운반수단으로서의 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초래하면서 결국 북한의 국제적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침체를 불렀다.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정상은 북한의 핵무력 건설 전략이 오히려 북한의 발전과 강성국가에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면서 NPT에 복귀하고 IAEA의 사찰을 받는다면 단계적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것이고,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폐기 수순을 밟는다면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이 가능해질 것임을 제시해야 한다. 요컨대 비핵 정상국가, 혹은 비핵 평화국가의 비전이 현재의 병진노선에 비해 오히려 북한의 국가발전에 유용한 전망이 될 수 있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만일 북한이 핵무력 건설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할 것이고 결국 국가실패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이제 북한 지도자는 히틀러와 같은 국제사회의 불한당으로 역사에 남는가, 아니면 비핵 정상국가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는가의 중대한 기로에 직면해 있다. 그가 어떤 국가전략의 비전을 선택하는지가 북한 정권의 명운,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전망을 결정할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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