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포럼 116명 설문조사 결과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같이 잠을 자면 키워준다고 유인해 성폭행했다. 재즈 가수가 되려면 XX을 당해봐야 한다는 망언까지 들었다. 여성이 재즈 음악계에서 겪었던 피해들이다.

국내 재즈인들의 모임인 재즈포럼이 ‘재즈계 성폭력 사례’를 19일 발표했다. 57명이 직접 성폭력 피해를, 20명이 목격 사례를 폭로했다. 설문에 참여한 116명의 응답자 가운데 세 명 중 두 명 (약 66%)이 성폭력과 추행을 겪거나 관련 사례를 목격한 것이다. 성폭행과 추행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시작된 후 지난달 3일부터 17일까지 2주에 걸쳐 진행한 설문의 결과다. 이 설문은 가수 말로 등 재즈 음악인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음악계 성평등 문화 확립을 위해서다.

재즈계는 1970~80년대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 OST 타악기 연주로 유명한 류복성 등의 미투가 쏟아지며 내홍을 겪고 있다. 재즈 음악계는 시장이 작다. 특정 인맥 중심으로 공연과 창작 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상하관계로 인한 성폭행과 성추행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설문 결과 앨범 작업, 연주 기회 제공 등을 빌미로 성추행이 적지 않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수 A씨는 “‘내가 너 공연 기회 주는데 너도 나한테 주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라며 합리적인 양 당당하게 말한 음악인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재즈포럼은 “계속되는 성추행을 거절한 뒤 일자리나 연주 기회를 모두 잃은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불미스러운 일은 대기실이나 작업실에서 이뤄졌다. ‘연주 전후 대기실에서 여성 음악인의 허리를 안거나 허벅지를 만지고’ ‘작업실에 구경을 시켜준다는 빌미로 접근해 추행’이 벌어졌다.

연주와 성적 경험을 연결 짓는 언어폭력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여성 가수는 ‘원치 않는데 노출이 심한 무대 의상을 입으라’는 요구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말로는 “피해자 중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원하는 음악인들에게 법적 절차에 대해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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