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

온라인 채식 커뮤니티 ‘채식 공감’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채식 카페에 마련된 정기 모임에서 채식 체험에 함께한 본보 기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식탁에 오른 메뉴는 펠라페, 줄기콩 현미덮밥, 후무스, 샐러드 등을 비건(Veganㆍ완전 채식)식으로 만든 중동 음식이었다. 고영권 기자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세계적인 거부들은 지난 해 임파서블푸드 등 대체 육류업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 임파서블푸드가 개발한 햄버거용 패티는 맛이 뛰어난 것은 물론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지만 같은 양의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과 열량은 낮아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는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지난 해 말부터 ‘비건 버거’를 출시했다.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위에 채식이 유망한 미래 시장으로 인정받은 사례들이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먼 얘기로만 들린다. 채식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고기없는 월요일’은 채식 확산에 가장 대중적인 활동을 펼치는 단체 중 하나다.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그룹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2009년 처음 제안했다. 2010년부터 한국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시작한 이현주 한약사는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주 1회 채식 급식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는 데 주로 집중하고 있다”며 “개인과 가정의 식탁에서 기후 변화 해결을 유도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대와 학교 급식, 각종 행사 등 선택권이 제한되는 공간 일수록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30여년 전 주한 미8군 소속 카투사에 지원해 군 복무를 마쳤다는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일반 부대로 가서는 도저히 채식으로 먹고 살 자신이 없었다”며 “카투사는 뷔페식이라 채소와 과일을 더 먹을 수 있다는 사촌형 말을 듣고 무작정 지원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오찬이나 만찬이 포함된 행사에는 행사 주최자가 채식인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 주면 좋겠다”면서 “항상 신청서를 만들 때 채식 여부를 확인하는 칸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권이나 환경, 건강의 문제는 그 자체로 진지하게 다뤄야 하지만 처음부터 완전한 채식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처음 채식을 시도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완벽하게 고기를 끊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주변의 반론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논쟁의 대부분은 상대의 채식을 자신에 대한 도덕적인 도전으로 받아 들이는 사람의 반응 때문에 생기는 데 한번이라도 육식을 줄이면 그만큼 이롭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관련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