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
준수한 외모와 타고난 끼로 두각
TV음악프로ㆍ드라마ㆍ퓨전 뮤직
어디든 판소리 알리려 달려가
“완창무대 추임새 적극 부탁해요”
김준수는 다음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판소리 다섯마당 완창이요!” 실력 늘리는 데는 판소리 완창 공연만한 게 없단다. 국립극장 제공

‘국악계 아이돌’.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소리, 타고난 끼로 국립창극단 정기공연 ‘배비장전’ ‘메디아’ ‘적벽가’ ‘오르페오전’ 등에서 주연을 꿰찬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27)에게 항상 붙는 수식어다. 2013년 만 22세로 창극단에 입단했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KBS ‘불후의 명곡’,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TV 음악프로그램과 드라마, 퓨전 뮤직을 넘나들며 일반에도 이름을 알렸다.

“기분 좋죠! 나이 더 먹으면 들을 수 없는 칭찬이잖아요. 한데 서른 넘으면 다른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요.” 1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준수는 피로로 퉁퉁 부은 눈으로 야무지게 대답했다. 그래서일까. 김준수는 24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수궁가’ 완창에 도전한다. 평생 한번도 판소리 완창을 하지 못한 소리꾼이 즐비한 현실을 감안하면 창극단 입단 5년만에 완창을 해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판소리 완창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아요. 예전에 소리꾼들은 판소리 대목을 부르는 것에 그쳤는데, 박동진 명창의 흥보가 완창(1968)을 시작으로 새롭게 주목받은 거예요. 34년 전 상설화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와 역사를 같이 했죠.” 박동진 명창을 비롯해 송순섭 안숙선 신영희 등 당대 최고 명창들이 올랐던 ‘완창판소리’ 공연을 봤던 김준수는 창극단 입단 후 기회가 될 때마다 “무대를 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가을 드디어 ‘러브콜’을 받았다.

김준수가 선보일 소리는 미산제 ‘수궁가’로 명창 박초월(1913~1983)이 완성해 그의 호를 땄다.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시김새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김씨가 판소리 입문 후 스승인 박금희 명창으로부터 가장 먼저 배운 소리이기도 하다.

남자 소리꾼이 여느 ‘수궁가’보다 더 “여성적이고 기교가 많고 애절한” 소리를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전남 강진군의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방과후 수업으로 ‘사물놀이’를 배웠고, 이때 재능을 알아본 담임교사의 권유로 국악동요대회에 나가 3등을 수상했다. 그 대회에서 한 중학생 누나가 부른 ‘춘향가’ 한 대목을 듣고 판소리에 반했다. 부모를 졸라 강진군에서 “유일한 판소리 전공자”를 찾아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가 박금희 명창의 제자였다고.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판소리 전공하는 걸 반대하셨죠. 제 밑으로 여동생 둘이 더 있는데 제가 소리 배우면 마늘 농사, 파 농사지으면서 셋 공부시키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한데 학교 선생님들께서 많이 지지해주셨어요. 담임선생님이 소리북을 사주시면서 ‘소리에 재능 있으니 꼭 공부 시키라’고 권하셨죠. 요즘도 고향 가면 초등학교를 찾아요.”

판소리 '수궁가' 완창에 도전하는 김준수 국립창극단 단원. 국립극장 제공

이후 박금희 명창을 사사하며 2009년 임방울국악제 고등부 대상, 같은 해 국립극장 ‘차세대 명창’에 선정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 1학년 국립창극단의 ‘청’에서 상여 메는 단역에서 시작해 각종 오디션을 보며 실전 무대에 올랐고, 3학년인 2012년 창극 ‘배비장전’의 배비장 역으로 첫 주연을 꿰찼다. 입단 직후인 2013년 창극 ‘서편제’의 어린 동호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배비장전은 남상일 선배랑 더블캐스팅 돼서 무조건 보고 배웠죠. 그때는 객석이 보이지 않았어요. 볼 여력도 없었고, 무대 위에 저 혼자뿐인 것 같더라고요. 작품 하나씩 끝내면서 차츰 객석이 보이기 시작했죠.”

“첫 주역 때는 밥 못 먹을 정도로 부담이 컸는데, 이제는 공연 앞두면 아침부터 고기 챙겨먹는다. 먹어야 버틴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이돌’ 수식어가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자랑한다. 지난 달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축하 공연, 평창패럴림픽 폐막식 축하공연 무대에 연이어 올랐고 지난 주말에는 국립무용단 공연 ‘넥스트 스텝’에서 춤을, 퓨전국악밴드 ‘두번째달’ 콘서트에서 소리를 선보였다. 그는 “판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간다”고 말했다. 국악에 관심 없는 10~20대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는 게 목표라고.

“완창 무대에서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예요. 추임새를 적극적으로 해주셨으면 하는 거죠. 젊은 세대가 판소리 매력을 아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바람이 절반은 이뤄진 것 같다. 500석 규모의 객석은 벌써 매진됐고, 국립극장은 시야 장애석을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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