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릴레이 전문가 진단] <6>‘고이즈미 평양선언 주역’ 다나카 前 외무성 심의관

북미 회담 실패 땐 군사적 리스크
北과 협상 땐 가능한 것만 명확히
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이 15일 도쿄 미나토쿠 아카사카의 연구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북미 회담 실패는 절대 용납 안돼
잘못 될 경우 군사적 리스크 따라
美는 힘으로 교섭 밀어붙이려 해
속임수 능한 北도 만만치 않아
北과 협상 땐 가능한 것만 명확히
신사적 태도로 존중하며 접근해야

일본 내 대표적 북한통인 다나카 히토시(田中均ㆍ71) 전 외무성 심의관은 향후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잘못되면 군사적인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이나 한국에겐 실패가 절대 용납되지 않는 회담”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다나카 전 심의관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방북 때 평양선언을 준비한 핵심인물. 현재는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15일 도쿄 아카사카(赤坂)의 사무실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다나카 전 심의관은 일본 외교관 출신답게 북미 회담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이른바 ‘재팬패싱’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답이 필요할 때 경제협력 등 일본 역할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미국은 힘으로 교섭하려 해 외부에 대한 강한 반발심이 있는 북한을 이해하지 않으면 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속임수에 능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대화파로 불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경질됐는데.

“대화파라거나 압력파라는게 있다는데 찬성하지 않는다. 일본이나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평화적 외교로 해결하려면 북한을 어느 정도 압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화하니까 결과를 만들어낸다거나 강경파라서 그렇다거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압력을 가해 지금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도 압력을 강하게 하면서 대화하는 것만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_북미 정상회담을 구체적으로 예상해달라.

“지금은 2005년 9월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6자 회담 9ㆍ19 공동성명이 나오던 때다. 6개국이 합의한 것은 북한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비핵화하는 것이었다. 대신 보답으로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바꿔 나가거나 일본과 북한이 국교 정상화하는 것도 생각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5년 9월 합의는 시행되지 못했다. 검증방법이 합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1년 후 북한이 최초 핵실험을 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실행되는 프로세스를 합의해야 한다. 결국 6자회담으로 돌아오는 게 불가피하다.”

_북한의 노림수는 뭐라고 보나.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경제제재를 풀고 한미공동군사훈련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북한이 어떤 것을 원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느냐이다. 그것은 과거 30년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당근을 줘왔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다.”

_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에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북한은 너무 비밀이 많은 나라다. 나는 과거 1년간 25번이나 매회 10시간 가까이 북한과 교섭을 해봤다. 일정한 결과를 만들기도 했지만 상당한 끈기가 필요했다. 여러 의미에서 속임수를 당할 수 있고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_속임수는 뭐를 말하나. 시간끌기인가.

“교섭할 때 그 배경에 관한 전반적인 의식이 북한과 미국은 너무 다르다. 1980년대 미국과 경제마찰이 심할 때 교섭해봤고 1990년대 오키나와 미군 기지문제 때 안보교섭도 담당했다. 미국은 역시 힘을 바탕으로 교섭하려 한다. 힘의 논리다. 반면 북한은 외부압력에 강한 반발심이 깔려있다. 이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북한은 반발한다. 나도 북한과 교섭하면서 늘 조심한 것은 조선반도의 역사, 대국들에 의해 유린돼온 역사를 제대로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_북한과 어떻게 협상해야 한다는 것인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얘기해서도 안되며 이를 명확히 한 뒤 성의를 가진 태도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 힘을 배경으로 강요하는 것으론 북한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신사적인 태도로 존중하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과 협상은 어렵다.”

_일본은 한반도 대화국면에 당황하고 있다. 재팬패싱 얘기가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핵화 달성이 일본의 이익이기도 하고, 비핵화의 기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선 중요하지 않다. 그 계기는 남북정상회담이 될 수 있고 비핵화 목적을 위해 환영할 일이다. 단지 북한이 아무런 보답 없이 비핵화한다고 볼 수 없다. 2005년 9월 6자회담 합의에도 써있는 것처럼 북일 국교정상화라든지, 경제협력을 지역전체로서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북한에 보답을 해줄 때 일본이 아무런 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면 특별히 우리도 얘기할 필요 없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국교정상화 하려면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안되는 것이고, 뭐가 재팬패싱인지 모르겠다.”

_트럼프의 북미대화 전격 수용을 예측 못했다는 일본 정부 내 반응이 있었다.

“일본의 이익은 한반도 비핵화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 방북 때 미국은 조지 부시의 네오콘 정권이었다. 방북에 미국의 반대가 있었지만 일본은 개의치 않고 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으로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에 손해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도 일본 이익에 반대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_일본도 북일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달엔 미일정상회담도 있다.

“북핵의 평화적인 해결에 일본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미일이 일치한다. 일본에 납치문제가 있다는 것을 트럼프도 이해하고 있다. (북일정상회담 등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달려있다.”

_일본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나. 의심하는 한국 내 여론이 있다.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라 여러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통일이 되면 반일정권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는 층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세적인 부분은 그렇지 않다.”

_핵을 가진 한반도 통일국가를 걱정하는데.

“한국정부가 비핵화를 약속했고 그런 한반도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있는 한 한국이 핵을 가질만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고, 한반도 통일이란 개념에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 주도의 통일이 돼야 하고 통일된 한반도에 핵이 남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일본총합연구소에 진열돼있는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북일정상회담 당시 사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옆에 선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나카 외무성 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1947년 교토(京都) 출생으로 교토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시절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지내며 2002년 북일 정상회담의 협상실무를 맡았다. 정무담당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을 끝으로 2005년 직업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한 뒤 현재 외교안보 관련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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