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요 중에 ‘천안 삼거리 흥∼’으로 시작하는 민요가 있다. 가사가 ‘천안 삼거리’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 민요의 곡명도 ‘천안 삼거리’이다. 그리고 ‘천안 삼거리’ 가사에 ‘흥∼’이 들어있어 ‘흥타령’이라고도 부르는데, ‘흥타령’은 ‘천안 삼거리’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흥타령’을 사용한 관용구 중에 ‘흥타령을 부르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좋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흥타령을 부르다’고 하면 ‘무사태평하고 안일하게 늑장을 부리다’는 의미와 ‘남의 급한 사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건들건들 자기 일이나 하다’의 의미로 쓰인다.

천안 삼거리는 조선시대부터 경상도와 전라도, 한양으로 갈라지는 세 갈래 길이었다. 지금은 천안 삼거리에 ‘거북 바위’라는 작은 기념석이 세워져 있는데, 거북 형상을 하고 있는 이 바위는 세 갈래의 갈림길에서 길손들의 이정표가 되었고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도로 표지판을 보면 ‘○○ 사거리’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과 ‘○○ 네거리’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을 함께 볼 수 있다. ‘사거리(四--)’는 한자어 수사를 사용한 것이고 ‘네거리’는 고유어 수사를 사용한 것인데, 현재 국어사전에 ‘사거리’와 ‘네거리’는 동의어로 등재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세거리’도 ‘삼거리(三--)’의 동의어로 등재되어 있는데, 이처럼 우리말에는 한자어와 고유어의 수사 사이에 뚜렷한 의미 차이 없이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20명’을 ‘이십 명’으로 부르기도 하고 ‘스무 명’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오거리(五--)’의 경우에는 고유어로 대응되는 ‘다섯거리’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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