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부] 이정재 서울대 농생대 명예교수

“쌀 중심 벗어나야 농촌도 미래
고령화가 패러다임 전환 장벽
청년이 새로운 농업 이끌어야”

“쌀 중심 농사로 이어간다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없다. 생산성을 높이고 참신한 아이디어,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탈바꿈 하려면 더 많은 청년이 농촌으로 가야 한다. 젊은이들이 농사를 지을 충분한 땅과 장비를 오랜 기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급선무다.” 이정재 서울대 농생대 명예교수는 16일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농업, 농촌에 걸 수 있게 정부의 더욱 강력한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재 서울대 농생대 명예교수가 미래 농업을 위해 청년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_농촌이 늙어가고 있다. 농촌 인구의 초고령화는 왜 문제인가.

“고령화는 생산성 감소를 가져온다. 1970년대만 해도 농촌의 가구주 평균 나이가 45세였지만, 2010년 63세, 2015년 70세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농촌 가구주가 50세 미만이면 가구 당 연 평균 3,400만원의 소득을 올리지만 60대와 70대는 각각 평균 1,200만원, 800만원에 불과하다. 평생 농지를 소유한 고령의 농민들은 대부분 농지 파는데 소극적이라 새롭게 농사를 지으려는 이들이 땅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쌀농사가 중심인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도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_고령화가 어떻게 쌀농사 중심의 농업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것인가

“쌀농사는 고령 농민이 선호한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를 보면, 3,000평(약 9,917㎡ㆍ1정보) 기준으로 쌀농사는 연간 약 600만원의 수입을 내지만 160시간(하루 8시간 기준으로 20일)만 일하면 된다. 더욱이 논농사는 기계화 기반이 잘 닦여 있고, 제초제 등 농업 자재가 발달해 일하기 수월하다. 게다가 쌀은 정부의 수매나 정책 보호를 받고 있어 가격 안정성이 매우 높고 큰돈은 아니지만 적정 수입을 꾸준히 낼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논농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반면 밭농사는 약 4,0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연중 250일 이상 일해야 해 노인이 하기 쉽지 않다.”

_농업의 미래를 위해 쌀농사 중심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쌀의 미래가 어둡다. 우리 쌀은 내수도 수출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이다. 사람들이 과거만큼 쌀을 먹지 않는다. 지난 1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69.3g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1970년 373.7g의 절반이 안 되고, 하루 한 공기 반 먹는 정도다. 수출도 쉽지 않다. 세계 곡물 시장에서 밀이 80%(연간 25억톤), 쌀은 20%(5억톤) 비중이고, 세계 쌀 시장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차진 쌀(단립종 쌀)은 10%, 동남아쌀(장립종)은 90% 비중이다. 결국 우리 쌀의 세계 곡물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는 얘기이다.”

_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도 쌀 경작과 보관에 적극적이었는데

“식량 안보 차원이었다. 정부는 쌀 생산을 지원하고 소비되고 남은 쌀을 보관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쌀 소비량이 줄면서 남은 쌀을 보관하는 데 드는 예산만 연간 6,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또 쌀농사를 짓는 농민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변동직불금 지급 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한 한도를 넘겼다. 반면 옥수수, 밀, 콩, 기타 곡물의 소비는 늘고 있고, 해마다 1,400만톤 가량을 60억 달러(약 6조4,000억원) 이상 들여 수입하는 실정이다. 농민 입장에서 보면 쌀값이 떨어져 수입이 줄고, 줄어든 쌀 대신 밀이나 다른 작물의 수입이 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수입 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_농업 발전을 위해 젊은 세대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

“평생 쌀농사를 지었던 고령 농민들이 다른 농사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농민에게 농지를 돌려준 ‘농지개혁’ 시대, 농업에 과학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인 ‘녹색혁명’ 시대를 거쳤고 이제 농업에 자원과 자본을 적극 활용하는 ‘농업경영’ 시대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시장 규모가 작아서 내수만으로 한계가 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농사는 농민이 짓고, 농민이 약점을 지닌 마케팅은 기업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기업이 농사까지 짓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힘들어 ‘농사는 농민, 마케팅은 기업’ 식으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패러다임 전환은 젊은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청년 농부 지원대책들

_더 많은 젊은이가 농촌으로 가서 농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뒷받침이 필요하나

“청년 농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건 토지 가격이다. 현재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고령 농업인에게 사들인 농지를 청년들에게 연 1~2%의 저금리로 빌려주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예산을 늘려 더 많은 고령 농업인으로부터 땅을 확보하고 청년에게 더 싸게 제공해야 한다. 최근 주목받는 농지연금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땅이 필요한 청년과 땅을 소유한 농민을 소개하는데, 농지은행이 적극 나서 청년 1명과 농민 여러 명을 연결해 줘야 한다. 고령 농업인 한 사람은 평균 1정보 밖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규모의 농업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게다가 청년들이 땅을 구하러 여러 농민을 찾아 다니는 일은 쉽지 않고 갈등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_보다 근본적으로 바뀔 부분은 없나.

“근본적으로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농지를 출자 가능하게 해야 한다. 농민들이 농지 소유권을 농지은행에 넘기면 은행 측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한 뒤 여기서 생긴 수익의 일부를 농민에게 돌려줘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이익을 낼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대신 농지 경작권과 환매권을 보장해 농사를 계속 짓거나 필요할 때 소유권을 가져갈 수 있게 하고, 투자로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은 정부가 보장해주는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현재 농민들이 근저당설정을 하며 농협중앙회에 맡긴 농지가 30조원이 넘는데 이를 출자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울러 젊은 세대들을 농촌으로 이끌기 위한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를 갖추는 사회 복지 개선도 필요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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