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화장실 청소하는 남성 보기 힘들어
저임금노동은 여성 몫이라는 인식 만연
임금격차 등 성차별 인식ㆍ구조 개선해야

하루에도 한두 번 어김없이 민망한 시간이 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데 불쑥 여성 환경미화원이 들어와 청소를 할 때다.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청소를 하고 있으면 난처해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화장실 이용자인 나만 민망한 게 아닐 터이다. 청소하는 여성은 더하면 더했지 유쾌할 리 없다. 어떤 여성 환경미화원의 표현을 빌리면 그 민망함이란, 볼 일이 급한데 여자화장실의 줄이 너무 길어서 봤더니 남자화장실은 텅 비어 있어 거기라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뒤 혹시라도 누가 있을까 두리번두리번 하며 들어가는 기분이다.

개정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청소나 보수를 위해 남ㆍ여 화장실을 다른 성별 관리인이 출입할 때는 입구에 청소나 보수 중이라는 안내표지판을 두어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하지만 잘 지키는 것 같지는 않다. 익숙하지 않은 사정도 있겠지만, 안내판을 사용하려면 누군가 화장실을 쓰고 있을 땐 그 사람이 일을 보고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산더미 같은 일을 해야 하는 미화원으로서는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환경미화원 고용ㆍ처우 개선과 함께 화장실 청소할 때 성별을 구분해서 하라는 법안도 발의되어 있다.

어서 빨리 이런 법안을 통과시켜 우리 서로 민망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여성미화원의 남자화장실 청소’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화장실 미화원 중에서 남성을 보기 어려운 것은 고용하는 쪽에서 굳이 남성을 찾지 않는 데다, 그런 일을 하려는 남성이 많지 않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화장실은 불결한 공간이고, 청소는 궂은 노동인 데다 임금마저 얼마 되지 않으니 여자들이나 하면 된다는 인식이 배경에 있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18위였다. WEF는 이 순위를 매기기 위해 크게 4개 분야에서 남녀 격차 정도를 파악했다. ‘경제활동 참가와 기회’ ‘교육 성취도‘ ‘건강과 생존‘ ‘정치 참여‘로 나뉜 이 평가에서 종합 순위를 세계 꼴찌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경제활동 참가와 기회’(121위) 격차였다. 그 세부항목 중에서 ‘동일노동의 임금 공평성’ ‘추정 소득’의 남녀 차이가 특히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6년 집계한 남녀 임금 격차 통계를 봐도 한국은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63% 남짓으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단연 1위였다.

임금 구조가 실제 노동의 내용만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ㆍ영세기업이라는 기업 규모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계약 유형에 따라, 또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성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뉘어 격차가 벌어지고 서열화되고 있다. 그 서열의 가장 낮은 곳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자리한다.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에 여성단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3시 스톱’ 운동을 벌인 것도 이런 여성의 임금 격차 문제를 환기시키려는 것이었다. 노동이나 성차별의 문제만도 아니다. 여성의 고용률 증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른다면 일한 만큼 공평하게 벌 수 있어 여성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인구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는 처방으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 등을 꼽는다.

성폭력을 막고 그 토양인 성문화를 바꾸자는 미투 물결은 여성이 겪는 다양한 차별을 줄여가는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화장실 청소는 여성이나 하는 일이라는,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여성은 적은 임금 받는 게 당연하다는 성차별 의식과 알게 모르게 그를 지탱하는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폭력은 한때 움츠러들 뿐 언제 다시 슬금슬금 되살아날지 모를 일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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