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미투(#Me Too) 운동 이후 정부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직장 내 성희롱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센터를 긴급하게 만드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소관부처와 관련 법이 다르고 대응 매뉴얼도 제각각이어서 2차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각 부처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접수를 위해 지난 8일부터 각각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8일부터 13일까지 여가부는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25건(민간 49건), 고용부는 민간부문을 대상으로 26건의 신고를 접수 받았다.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이 아니면, 국가인권위원회나 경찰에 직접 신고해야 한다. 이처럼 소관부처가 나뉘는 것은 공공 영역은 양성평등기본법(여가부), 민간사업장은 남녀고용평등법(고용부)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관할 부처가 다르다 보니 신설된 성희롱 신고센터의 운영 방식도 차이가 있다. 여가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성희롱ㆍ성폭력 신고센터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데 5명의 전문 상담 인력을 뒀다. 그러나 사건 진상조사 권한은 없어 신고가 접수되면 상담전문인력이 인권위 등 주무관청에 사건 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피해자가 중재ㆍ조정ㆍ조사ㆍ가해자 징계 원하면 여가부에서 담당 기관에 전문가 컨설팅단을 파견한다.

고용부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성폭력 전담 인력’조차 없다.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센터는 상시적으로 운영하지만, 아직 전담인력 지정을 하지 않았다. 신고된 건은 각 지방청 근로감독관이 예방 차원에서 행정 지도에 나서는데 올해 안에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관 47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게 전부다. 대응 매뉴얼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익명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의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퇴직한 직장의 사례가 접수된 것들이 많아 어떤 부분을 감독하고, 정식 신고 사건으로 처리해야 할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피해자 관점이 아니라 정부 부처의 업무 편의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이러다 보니 혼선도 많고 2차 피해 등 부작용 차단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은 “고용부나 인권위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려면 조사관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매뉴얼화 해야 하는데 너무 체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해자 관점에서 성희롱 피해 지원 창구를 통일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