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켰던 동남노회가 불법적으로 구성됐다 판결했다. 세습논란을 일으킨 김하나 목사 청빙안에 대한 결정은 다음달 10일 나온다. 사진은 설교 중인 김하나 목사. 유튜브 캡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지난해 10월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 노회장 선거가 무효라 판결했다. 명성교회가 원활한 세습 추진을 위해 동남노회 노회장 선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사실상 손들어 준 것이어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명성교회 세습 자체에 대한 판결은 다음달 10일 내려진다.

14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총회 재판국은 지난 13일 김수원 목사 등 동남노회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동남노회 임원 선거 무효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의 세습을 추진하던 명성교회는 교회가 속한 동남노회로부터 김하나 목사 청빙안 승인을 얻어야 했다. 그러나 동남노회는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반려하며 명성교회가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을 목사로 세우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부노회장이었던 김수원 목사는 노회 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노회장이 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0월 개최된 정기노회는 김 목사를 불신임하고 다른 목사를 노회장으로 선출하면서, 동시에 두 번째로 상정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김수원 목사가 청빙안 통과에 부정적인 인물이었다는 점 때문에 명성교회가 청빙안 통과를 위해 동남노회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번 재판국 판결은 부노회장의 노회장 자동 승계 규정이 있는 한 노회장은 김수원 목사여야 했다는 결정이다. 세습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이었다면 김하나 목사 청빙안은 통과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노회가 불법적으로 구성됐다고 해서 노회가 통과시킨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당장 무효화되진 않는다. 위법한 선거라는 건 나중에 내려진 결론이고, 위법하게 구성됐다 해서 그 동안 노회가 내린 결정을 모두 무효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무효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이전보다 커졌다. 이번 노회장 선거 무효 판결만 해도 교계 내에서는 “사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의외의 결정이 내려졌다”라는 반응이 많다. 교계도 세습에 대한 비판 여론에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무효가 된다 해도 부자 세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명성교회가 담임목사 자리를 그냥 비워두거나, 아예 교단을 탈퇴할 수도 있다. 노회, 총회가 대형 교회 세습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위한 통합목회자연대 최현일 목사는 “명성교회 정상화는 결국 명성교회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정상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새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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