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아닌 위생사, 간호사가 치료

“치과에서 인공치아를 장착하고 나서 시리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불법 위임진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시치아를 누가 만들었는지 기억해보세요. 아마 의사가 아닐 겁니다.”

치과 관계자가 13일 한국일보에 털어놓은 충격적인 말이다. 이 관계자는 “전국 치과 병ㆍ의원 1만5,000여개 중 99% 이상이 불법 위임진료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치아는 치아를 빼거나 갈아내고 최종적으로 인공치아를 끼워 넣을 때까지 5~7일간 임시로 장착하는 보철물을 말한다. 임시치아는 치과 의사나 치과 기공사가 만들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에서는 치과 위생사가 만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임시 치아를 만들 때는 재료를 반죽해 굳기 전, 장착할 부위에 대어 보는데 이 때 순간적으로 열이 난다. 빨리 떼지 않으면 신경에 손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치아 만드는 법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은 사람이 대충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국 치과 중 99% 이상이 간호사, 간호조무사, 치과 위생사 등에게 불법 위임진료를 시키고 있다. 쉬쉬하면서 관행이 되는 동안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의료기사법)에 의해 임시치아는 치과 의사 또는 치과 기공사가 제작할 수 있으나 치과 위생사는 만들 수 없다. 만약 치과 위생사가 임시치아를 제작해 환자에게 장착했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이 함께 내려진다. 이를 지시한 치과 의사에게도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과 자격정지 3개월 및 업무정지 3개월이 부과된다.

이런 내용의 의료기사법이 2015년 3월부터 시행됐지만 아직 적발돼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다. 지난해 10월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제기했고, 당시 정부는 “지도ㆍ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으나 4개월이 넘도록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늦었지만 위임진료가 불법이라는 것을 치과의사협회와 일선 치과에 공문으로 알리고 문제가 되는 사례는 해당 지역 보건소에서 단속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치과 원장 A씨가 지난달 2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불법 위임진료 실태와 정부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허정헌 기자

정부의 뒷짐 행정에 치과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치과 원장 A씨는 “의사 한 명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최대한 진료할 수 있는 환자는 하루 30~40명선”이라며 “더 많이 진료를 한다면 위임진료를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수와 건강보험공단 청구 건만 살펴봐도 위임진료 의심이 가는 치과가 정확하게 가려지는데 법 시행 3년이 지나도록 단속 한 번 나온 적이 없다. 법을 지키는 치과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치과 위생사 B씨는 “간호 조무사가 충치를 갈아내고 충전물로 때우는 치료, 마취 주사까지 놓는 일도 있다”면서 “원장이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고는 있지만 범법자가 될까 항상 두렵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이런 의료행위 역시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과 병ㆍ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500여명, 간호 조무사는 1만8,000여명, 치과 위생사는 3만여명이다. 쉬쉬하면서 불법이 관행으로 굳어지는 동안 전문 인력 5만여명이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대부분의 치과는 법을 준수하고 있으나 일부 의료현장에서 위임진료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점에 대해 복지부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고 협회도 자정 노력을 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또한 “선량한 치과의사가 자기도 모르게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치과 보조인력 간 업무범위 개선을 위한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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