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발작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 즉 '특발성 간질'인 것은 아니다.(이 사진은 설명을 돕기 위한 예시 이미지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호소 후원금에 동물병원의 진료비 할인 혜택까지 보태도, 보호소 유기동물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하 나비야)’와 함께 5년째 ‘희망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나비야 회원들이 모은 후원금 만큼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고양이들을 치료해주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던 많은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도 현재 후원금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다른 보호소들도 상황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희망이 프로젝트 관련 글 보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유기견의 치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발작(경련)과 같은 신경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진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진단을 위한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진단을 위해 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같은 고가의 진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호소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발작 증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여기에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이탈리안 코르소종 번개의 후원자에 따르면, 번개처럼 발작을 하는 아이들이 보호소에 여럿 있는데 모두 특발성 간질(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이라 지레 짐작해 진단없이 간질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증상이 호전되기는 커녕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번개 후원자는 제대로된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어 경련 증상을 보이는 보호소 다른 아이의 진단비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발작(경련)의 원인은 크게 전염, 뇌수두증, 뇌종양 등 뇌 안의 원인과 저혈당증, 간부전, 신부전 등 다른 장기에서 비롯된 뇌 밖의 원인으로 나뉜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의 발작증상은 대뇌피질이 비정상적으로 기능(기능부전)할 때 발생하고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뇌 기능부전의 원인은 다시 뇌 안의 원인과 뇌 밖의 원인으로 나뉜다. 뇌 안의 원인들은 전염, 뇌수두증과 같은 뇌의 선천적 이상, 뇌종양, 뇌손상, 뇌경색, 면역력 문제로 인한 염증성 질환(뇌수막염) 등이 있다. 뇌 밖의 원인은 신체의 다른 장기에서 비롯된다.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어린 강아지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저혈당증, 간부전(간성뇌증), 신부전, 저칼슘혈증, 갑상선기능저하증, 초코릿 또는 카페인 중독, 고체온증 등 다양하다. 즉, 어떤 장기에 생긴 병으로 인해 뇌의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해서 발작이 일어나는 원리다. 뇌 밖의 원인 때문에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대뇌피질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소·부분 발작보다는 전신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발작 증세를 보일 경우 단층영상(CT), 자기공명영상(MRI)와 같은 고가의 검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기견들은 치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처럼 발작의 원인은 다양한데 비해, 나타나는 증상은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발작 증상을 보인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소변검사, 혈액검사, 엑스레이(X-ray) 촬영, 초음파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아야하고, CT 또는 MRI 검사까지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발작은 진단부터 보호자에게 경제적 부담이 크고, 진단 이후 치료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발작하는 반려동물들이 유기되고, 이런 동물들이 구조되어 보호소로 들어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보호소에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할 것이다.

수두증으로 발작을 일으켰던 번개는 수술 후 상태도 호전되었고 새 보호자를 찾아 견생 2막을 살고 있다. (사진은 번개와 상관없는 이탈리안 코르소 종 이미지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뇌척수액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뇌실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질환인 수두증 소견을 보인 번개는 지난 칼럼 이후 뇌수술(정확히는 뇌와 복강(배 안)을 밸브로 연결해서 뇌척수액의 일정량이 복강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뇌실복강단락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서 현재는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 현재는 후원자 분이 보호자가 되었고, 번개는 이제 유기견 보호소가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후원자 분이 번개가 뛰어다니는 동영상을 내게 보내 오랜만에 번개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입원 당시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밝고 활기찬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보호자가 된 후원자 분도 번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번개 후원자 외에도 유기견을 위해 활발한 후원 활동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나도 진료 현장에서 자주 목격했다. 이 기회를 통해 이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후원으로 보호소 동물들이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받기를 기원한다.

문재봉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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