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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감 후보에게 듣는다]이찬교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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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감 후보에게 듣는다]이찬교 예비후보

입력
2018.03.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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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혁신으로 경북교육 새 판 짜겠다”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가 경북 지역 학생들과 소통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찬교 예비후보 제공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가 경북 지역 학생들과 소통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찬교 예비후보 제공

이찬교(60) 예비후보는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에서 교육감 선거 출마자 가운데 유일하게 진보 성향이다. 그는 지난해 말 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40여곳이 참여해 만든 ‘경북교육희망만들기’를 통해 진보혁신교육감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진보 성향의 후보답게 교육 혁신과 개혁을 강조한다. 그는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잘 발굴하고 키워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을 함양하는 곳이 돼야 한다”며 “교육감이 된다면 모든 학생을 위해 모든 학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골고루 지원받으며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다양하고 참신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무상급식은 물론 교복과 교재, 학습 준비물에 수학여행 경비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호남 일부 지역은 수학여행 경비까지 지원해주는데 왜 경북 도민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경북교육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헌법에 명시된 대로 전면적 무상교육을 실현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교육감 출마 이유는.

“어느 초등학생이 일기장에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살고 있다’고 썼다고 한다. 어느 고교생은 ‘학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 ‘학교는 세상 모든 재미있는 것을 재미없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는 이야기도 한다. 경북 교육의 현실이 이렇다. 40년 가까이 학생들과 생활해온 사람으로서 우리 교육의 아픈 현실을 드러내는 말 앞에서 참으로 큰 책임을 느껴 왔다. 그러다 교육자로서 무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경북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 미래를 위한 혁신교육으로 학생들과 학부모, 경북도민들의 웃음꽃을 활짝 피우겠다는 마음으로 출마했다.”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말이 많은데.

“공교육 붕괴의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은 학력차별과 학벌, 입시제도에 있다. 이 제도를 그대로 두고서 공교육을 완벽하게 바로 세우기 어렵다. 모든 학교에서 오로지 무한 입시 경쟁, 성적 경쟁을 강요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공교육 정상화가 무척 힘들다.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가장 큰 개혁 중 하나가 될 입시혁명, 혁신교육, 학교혁신을 다른 교육감들과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 큰 변화가 있기 전에도 교육감이 나서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먼저 고교평준화,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교복을 포함하는 무상교육 등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교육에 대한 책무를 다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분권과 자치의 원리가 교육에서도 관철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다면 그 기반 하에 다양한 교육, 도움이 되는 교육, 학생이 행복하고 부모가 안심하는 공교육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장이 아니더라도 수업을 하는 평교사가 존중 받고 수업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고 교장 자체를 학교 구성원들이 뽑고 교장 임기가 끝나 다시 평교사가 돼 학생들과 즐겁게 수업하는 교장선출보직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되며 쓸데없는 보여주기 식 각종 기타 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교사들에게 시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연수를 보장해준다면 우리는 스스로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교육 활성화의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공교육이 무너졌다면 새로 지을 때 제대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경북교육감은 이런 혁신교육을 할 사람이 적격이라고 본다.”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

-고교 평준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북에 평준화를 원하는 교사와 학부모가 훨씬 많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과거 포항의 고교평준화를 이끌어 낸 사람으로, 이번 선거 핵심 공약도 경북의 고교평준화이다. 경북은 지금 구미, 경주, 안동지역에서 평준화 요구가 높다. 이를 반영해 평준화 제도를 적극 도입할 것이다.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잘 발굴하고 키워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을 함양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본다. 입시 서열경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고, 일부 학생이 학교에 질려 학교를 떠나게 만들고, 열패감과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부가하는 학교는 창의성과 융복합을 강조하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다. 교육감이 된다면 다른 교육감들과 함께 농촌지역의 학생들과 공립학교의 학생들이 좀 더 존중 받을 수 있도록 당장의 입시제도에서 학생 교과부 전형을 대폭 확대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할 생각이다. 입시혁명 이전에 그 정도의 개혁조치는 실현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부가 자율형사립고 축소 내지 폐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립고는 말만 사립이지 재정, 특히 인건비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자율형사립고는 대부분 입시사관학교이다.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발휘해 특색 있는 교육을 해 보라고 자율형사립고 제도를 실시했더니, 결과적으로는 대부분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대학입시에 맞춰서 하고 있다. 원래 취지와 많이 어긋나 있다. 한국의 사립학교는 서열화 돼 있다. 자율형사립고는 그 중 상위층이라는 점을 활용해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에 영향 받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학생들이 다수로 들어오는 학교, 비싼 교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로 전락해 가고 있다. 자율형사립고 진학과 학교생활을 위한 교육비용 부담도 매우 크다. 오죽하면 특권학교,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 도구라고까지 비난 받겠는가. 이제 자율형사립고는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스스로 지정을 철회하는 학교까지 속속 나오고 있을 정도로 문제점이 심각하다. 이 제도는 없애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 직전까지는 면밀하게 학교의 운영상황을 점검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한 뒤 재지정 취소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학생을 위해 모든 학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골고루 지원받으며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다양하고 참신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도민의 교육고통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자율학습을 폐지되는 추세인데 경북은 상당수 사실상 강제 자습을 한다. 후보의 견해는.

“말 그대로 자율학습에 찬성하지만 현재의 강제야간자습에는 반대하며 폐지를 추진할 것이다. 현재 야간자습은 타율에 의한 강제이며 획일적이고 불만이 많고 교육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남들이 하니까 눈치 보느라 따라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교육의 내용과 방식은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게 가능 하려면 제도적 기반, 재정 확보, 관련 교사에 대한 지원 등이 필수적이다. 교육감이 된다면 다양한 교육, 혁신교육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할 생각이다. 자율적인 학습이 가능한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성장과 건강을 고려해 수업 시작 시간도 오전 9시 이후로 하는 게 좋다고 본다. 경북은 서울 같은 대도시가 아니어서 통학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학부모 일과와도 부딪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이 학교에 일찍 가는 건 자유지만 수업 시작 시간만큼은 9시나 그 직후로 한다면 학생이 그만큼 자율성을 갖고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중ㆍ고교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 극소수다. 학생 수준에 따라 반을 편성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교육 황폐화의 문제를 마치 수준별 수업을 하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수준별 수업은 별 효과가 없다. 많은 나라들이 수준별 수업을 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교육 방향은 기본적으로 민주공화국 주인들로서 소양을 함양하는 것이 돼야 한다. 자치와 협력, 공감과 공존 능력이 증진돼야 한다. 학교 학습프로그램을 다양화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배울 것인가로 학생들을 학습주체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암기식 교육의 한계가 명확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나의 관점만 주장하다 고립되고 밀려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나의 잣대로 학생들을 줄 세워 일부에게 특정교육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관심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소통하며 공감ㆍ존중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해 공존할 수 있도록 교육의 목표가 분명해져야 한다. 교사의 역할도 단순지식 전수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확장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도 증진될 수 있도록 교사가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수업하는 현장교사, 즉 평교사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함께 교원양성과정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준비가 오랫동안 필요하다. 교육감이 된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범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 창의적 교육, 협력적 교육이 가능한 기반을 조성하도록 적극 나설 것이다.”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가 경북지역 학생들과 농구 시합을 하고 있다. 이찬교 예비후보 제공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가 경북지역 학생들과 농구 시합을 하고 있다. 이찬교 예비후보 제공

-일부 교육청에선 상ㆍ벌점제를 없애려 한다. 폐단이 많지만 없애면 학생지도 수단이 전무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면서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학생은 학교 공동체의 중요한 주체이다. 학생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형식적인 학생회 운영이 아니라 학생회가 많은 부분에서 중심이 돼 학생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운영해 가도록 학교가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물론 학생회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교가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세하거나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매나 벌점제의 역기능이 매우 컸다. 상점과 벌점의 형평성이 맞추어지지 않았고 벌점을 받아도 행동의 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생은 폐지를, 교사는 최후의 보루처럼 간주하며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교육적 효과도 거의 없고 부작용은 계속 되기에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 때 단순한 상벌제 찬반론이 아니라, 상벌점제를 포함해서 생활교육방법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공론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휴대폰 사용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수업활동과 수업권을 보장하는 범위 내의 사용을 규정한다든지 하는 게 필요하다. 교육감이 된다는 교육선진국의 학생지도방법에 대해서도 폭넓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더 나아가 학생인권과 함께 교권도 존중되는 학교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겠다.”

-인구 감소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현안과제다. 후보의 견해는.

“예를 들어 축구경기에서 정식시합이 아니라면 한 팀을 11명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 아예 종목을 족구나 풋살로 바꿀 수도 있다. 학생 수가 많아 축구를 하기 어려운 조건도 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문제는 넓은 시각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먼저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지 않으면 학교신설을 안 해주던 학교 총량제 같은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 학교는 접근성이 중요하다. 마을 공동체 활동의 중심적 공간으로도 기능할 수 있고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 가능한 공적 자산이다. 소규모학교를 없애기보다 마을자치, 교육공동체 활동에도 도움을 주면서 혁신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걸 진지하게 생각할 때이다. 미래의 학교 모습이 지금과 같은 대규모 공장형 학교는 아닐 것이다. 많은 학교가 소규모화 될 것이고 또 개별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혁신학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학교 내 교육만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와 학부모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가동될 것이다. 지금도 여러 대안학교들과 특수목적고는 대규모 학교가 아니다. 단순한 비용문제로 소규모학교 문제에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소규모학교 통폐합 이전에 과밀학교와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북의 여러 도시에서 과밀학교, 과밀학급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교육선진국들처럼 더 줄여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학령인구 감소는 위험요인이라기보다 교육환경 개선의 기회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왕 인구가 감소한다면 이 기회에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과밀학급 수도 줄이고, 학생들이 충분히 놀고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밀학교도 줄여 나가자. 그런 조건이 갖추어져야 교육이 더욱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견해와 재원 확보 방안은.

“헌법 제31조 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이다. 의무로 규정된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급식은 먹는 것만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이다. 무상급식은 고교까지 전면 확대 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 교육을 받기 위해 착용하는 교복과 교육활동에 사용하는 교재와 학습 준비물 그리고 학습을 하기 위해 떠나는 수학여행에 소요되는 경비 역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군 복무를 한 번 생각해보자. 훈련에 소요되는 탄약비와 군복비를 당사자로부터 받지 않을뿐더러 군인에게 밥을 제공하고 월급까지 주는 걸 당연시한다. 독일처럼 대학생에게 일종의 연구보수를 지급하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왜 유독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그 비용을 학부모에게 전가하여 고통을 가중시키는 걸 당연시 해왔는가 반문할 때이다. 경북 도민들은 같은 나라에 살고 같은 교육세를 내면서도 다른 지역 주민들과 달리 뒤늦게 그것도 초등학교만 무상급식이 이루어져 1인당 100만원에 가까운 혜택을 오랫동안 못 받았다. 호남 일부 지역의 수학여행경비 지원이나 경기 일부 지역의 무상교복까지 생각한다면 경북 도민들이 왜 이런 차별을 받아야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 경북교육청은 그동안 무상급식에 쓰지 않는 돈으로 학교를 통제했다.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학교에서 응모하면 예산을 주는 걸 정책사업이라고 하는데 이게 학교현장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줄세우기식 학교평가, 단발성 프로젝트를 대폭 축소하고 일반재정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무상급식이 그 첫 번째가 될 것이다. 선거 때가 되니 그동안 책임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도 무상급식을 다 하겠다고 한다. 그 분들과는 달리 학교 교사로 재직할 때도 무상급식 운동에 앞장 서 왔다. 무상교육을 진짜 실현할 의지가 있는 사람, 그동안 그 일을 실천해 온 사람을 도민들이 선택해 주기 바란다. 경북교육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구조적 교육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전면적 무상교육을 실현해 나가려고 한다. 재원은 전시성 예산을 대폭 줄여서 마련할 생각이다. 각 항목별 구체적인 로드맵은 다 짜여져 있다. 본 선거에 돌입하게 되면 정책공약집으로 제출할 것이다.”

-얼마 전 현장실습에 나선 학생의 사망사고로 졸업 전 취업 형태의 실습제도가 논란인데 실효성 있는 대책은.

“현장에 실습을 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노동권을 보장해 주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특성화 고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학생이 현장에서 체험하는 건 중요한 교육활동이다. 그런데 그 교육활동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문제, 즉 부당노동행위와 저임금 및 열악한 작업장 실태가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 방향은 현장실습기간을 줄이고 졸업 전 취업은 금지하는 게 맞다. 학생은 졸업을 하고 취업하도록 해야지 고등학생을 학생이면서 노동자의 상태로 두고 양쪽의 권리 둘 다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폐해는 없애야 한다. 졸업 전 현장체험활동을 할 때에도 양질의 현장실습처를 많이 발굴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별 취업지원 전담자를 두어 취업업무 지원과 지도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특성화고교 취업 지원에 대해 인력과 재원을 더 배치해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고등직업교육을 전문대학에서 이수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노작교육(일종의 노동교육)이 진행되는 통합학교 형태의 학교제도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학교폭력 근절 방안은.

“일단은 학교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이 틀에 짜인 생활 속에서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고 공감하며 협력하는 기회를 가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경쟁 속에 가두어 놓고서 공부만을 강요할 때 학생들이 가진 에너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분출되지 않고 학교 폭력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학생들의 자율적 활동을 강화하고 학생자치 활동 등을 통해 주체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도록 할 것이다. 경쟁보다는 협력, 타율보다는 자율, 주지 교과보다는 예체능교과를 좀 더 강조해서 학생들의 끼를 긍정적으로 발산하도록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건 나중에 별도로 제출하겠지만 학교생활에 관한 여러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 트라우마센터 같은 걸 운영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학교 안팎에서 학교폭력 예방, 학교폭력 시 대응,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 대한 후속 조치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접근법을 함께 만들어가는 혁신교육을 하고 싶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 어떻게 생각하나.

“단기적 대책의 일환으로 학원 교습시간을 부분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야학원교습은 학생의 신체적 발달에도 부정적이고 학습효과에도 한계가 있다. 더욱이 학생의 안정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중고생들의 경우 오후 10시 이전에 수업을 종료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초등생의 경우 오후 9시로 되어 있지만 안전과 건강을 위해 좀 더 앞으로 당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미 대부분의 교육청에서도 심야시간, 휴일 등의 학원교습시간을 조례를 통해 단축시켜나가고 있다.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더라도 음성적 사교육은 계속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다. 편법적으로 사교육비가 더 오를 수도 있다. 규제는 하겠지만 규제만으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대학서열화와 치열한 입시경쟁 때문이다. 그렇기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도 교육감은 앞장서야 한다. 입시혁명, 혁신교육, 학교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학교안팎에 많이 배치해 입시사교육보다 공교육이 활성화되고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가 경북지역 학부모들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찬교 예비후보 제공
경북도교육감 이찬교 예비후보가 경북지역 학부모들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찬교 예비후보 제공

-도시지역 남녀공학 학교 기피현상이 심하다. 후보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남녀가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남녀공학에 반대할 수는 없다. 특히 혁신교육감 후보로 성적을 기준으로 한 남녀공학 기피론 또는 반대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의 미투운동이나 여성혐오범죄 같은 걸 생각해보면 청소년기에 차별이 아닌 차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성인지감수성도 함양하며, 상호 존중과 배려의 자세를 학교생활에서 체험해 나가는 것은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본다.”

-효과적인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가구와 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 동화주의에 입각한 주입식 지식 강요보다 공감하고 공존하는 교육 문화를 조성해 가야 할 때이다. 경북에도 동남아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에서 온 노동이주자와 결혼이주자가 많다. 이들과 그 자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언어소통의 문제이다. 한국어교실 같은 것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다문화학생의 경우 유아, 초등학교 단계에서 교육적 배려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얼굴형태가 다르다고 놀림 당하고 외면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지 않도록 교과서를 비롯한 교육내용과 교육방식 모두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문화학생이 한국어 외에 사용하는 언어를 학급 아이들이 함께 간단하게 배워본다거나 다른 나라 문화 소개를 하도록 하는 등 다문화학생의 자아 존중감을 높일 수 있고 다른 학생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하는 게 좋다. 우리는 지금 지구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문화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전면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청이 앞장서 교재개발과 교육방식 등에 대하여 풍부한 연구를 수행토록 하고 현장에서 사용가능하도록 다듬어 갈 것이다.”

-경북에선 소규모 중ㆍ고교를 통폐합한 뒤 기숙형 중ㆍ고교를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경북교육청이 하는 기숙형 중ㆍ고교 만들기에 반대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숙형 학교 자체에 대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를 근본적으로 도민들의 의견을 모아나갈 것이다. 가까운 학교에서 좋은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게 혁신교육이고 한 발짝 더 전진하는 진보이다. 소규모학교를 특성화시켜 생태중심학교, 친환경 교육학교 등으로 만들면 학부모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교육 부문은 고용창출효과도 크고 지역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많다. 교육을 통해 지역을 살려야 함에도 이를 역행하고 철저하게 자본의 효율성에 따라 운영하는 건 문제가 있다. 경북의 경우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교육부로부터 1,300억 원의 예산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 돈으로 기숙형 중학교를 만들었다. 결국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학교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을 만든 대가로 소수를 위한 학교, 학생 상당수가 타지인인 학교를 만든 셈이다. 나는 이런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공립유치원 확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후보의 견해는.

-원칙적으로 유아교육도 공교육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고 본다. 공립유치원 확대가 기본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정부에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공립유치원을 급속하게 대거 설치하는 건 재정적 부담, 인력 확보, 교육기관 설립 등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크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현재의 사립유치원들에 대한 예산 지원을 어느 정도 하면서 감독과 지원 등을 통해 유아보호와 교육프로그램에 내실을 꾀하는 공영형 사립유치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제도적 방안 연구가 필요하고 교육부에도 제안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 본다.”

-현행 무공천 직선제 교육감 선거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의 교육감 선거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을 비롯하여 사회개혁의 주요 의제들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바가 크다. 교육감 선거비용이 과다하게 든다고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모든 선거가 다 큰 비용이 든다. 교육감 후보의 수가 다른 선거에 비해 많은 것도 아니다. 즉, 교육감 선거의 부작용이라고 할 만한 게 다른 선거보다 더 많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부작용이라는 것에 비해 오히려 긍정적 영향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현재의 직선 교육감 선거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당 무공천 역시 과잉정치나 과도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서 유지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시장이나 도지사와 러닝 메이트를 하자는 건 교육자치,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 등을 생각해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비록 민주주의가 완벽하지도 않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요구하지만 아직 민주주의를 대체할 제도는 선뜻 제시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무공천 직선제 교육감 선거제도는 유지하는 게 좋다.”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직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이 될 기회를 주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확대된다는데 후보자 입장은.

“얼마전 정부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대폭 확대할 것 같더니 최근 교육부는 그마저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쉬운 결과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 본다면 누가 교장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교장이어야 하는가, 무엇이 진정한 교장의 자격인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잘 할 수 있고 잘 하는 사람이 교장이 되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학부모와 국민 그리고 교사 다수가 원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정부의 당초 약속보다 크게 후퇴한 건 아쉽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넘어 앞으로 교장선출보직제도가 도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교장선출보직제도는 학교 구성원들이 선거로 임기제 교장을 선출하고 그 교장은 임기가 다하면 평교사로 돌아가 다시 학생들과 수업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학교에서 각종 일을 할 때 확실한 추진 동력이 생길 것이고, 잘못하였을 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며, 교사들이 승진에 목 매이지 않고 위화감도 느끼지 않으며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학교자치와 학교혁신을 원한다면 이 정도의 교장제도 혁신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혁신교육감 후보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교장선출보직제도 도입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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