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 못하는 전용통장에 입금
“늦은감 있지만 불편 해소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일정한 터전 없이 거리를 전전했던 노숙인 김모(55)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했다. 그는 집 근처 종합복지관에서 청소와 주방 보조를 하는 ‘복지시설 도우미’로 취업해 하루 8시간씩 주 5일 결근하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노동의 대가로 김씨는 매달 자활급여 90여만원을 받았다.

김씨의 발목을 잡은 건 노숙인 시절 진 빚 400여만원. 자활급여를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으면 그 즉시 은행이 압류에 들어가 생활비가 끊길 상황이었다. 그는 구청에 ‘채권압류 통지서’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월급날인 매달 말일 구청에 직접 들러 수령증에 도장을 찍고 10원 단위까지 현금으로 자활급여를 받고 있다.

김씨처럼 기껏 노동으로 번 자활급여가 압류를 당하는 이들이 많자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자활급여를 은행의 압류에서 자유로운 ‘압류방지 전용통장’(행복지킴이 통장)에 입금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방석배 복지부 자립지원과장은 “이달 중 대책을 발표해 내년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활급여는 저소득층인 기초생활수급자 중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받은 사람 등에게 정부가 일자리를 주고 예산으로 월급을 주는 사업이다. 현재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 5만1,300여명 중 3만1,500여명이 생계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는 극빈층이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3,200억원이다.

자활급여를 압류방지 전용통장에 입금하면 수급자들은 압류 걱정 없이 은행 계좌로 자활급여를 받아 생활비를 쓸 수 있다.

현행법상 생계급여나 장애인연금, 기초연금 등은 압류 금지 대상이어서 압류방지 전용통장에 입금되고 있다. 그러나 자활급여는 같은 압류 금지 대상임에도 전산시스템 연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용통장 입금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아무런 노동 없이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압류가 되지 않았지만, 정작 근로의 대가로 받은 자활급여는 불법적으로 압류가 되는 일이 빈번했던 것이다. 김도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수급자들의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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