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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靑 드라이브’ 반발에 통과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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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靑 드라이브’ 반발에 통과 미지수

입력
2018.03.13 2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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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도록 개헌 논의 진척 없어”

文 대통령, 국회 압박 승부수

“관제 개헌, 헌정사에 큰 오점”

‘키 쥔’ 한국당 등 거센 비난

향후 개헌 논의 더 꼬일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개헌안 카드를 꺼내 들며 개헌 정국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지부진한 국회 논의를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21일 정부 개정안 발의가 공식적으로 예고된 만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여야 각 당은 국회를 무시한 청와대의 일방적 처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개헌 논의가 불붙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 강공 배경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드라이브는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 표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내년 6월 반드시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제가 한 말에 대해 강박감을 가질 정도로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한다’는 대선 과정 여야 후보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는 뜻도 계속 강조했다. 이번 개헌안 발의 입장도 대통령의 약속 실천 측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 진전이 없는 만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국회에 1년 넘도록 개헌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아무런 진척이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시하고 국회가 그에 대한 찬반 여부만 가리도록 하는 게 상황을 심플하게 만들 수 있다”고 문 대통령의 의중을 설명했다.

국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 배경도 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면 약 1,000억원 안팎의 선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이 올해 통과되면 앞으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4년마다 동시에 치르게 돼 정치적 효율성이 개선된다.

청와대의 개헌 드라이브가 야권의 반발을 불러 국회 논의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어 청와대발 개헌 드라이브의 한계도 뚜렷하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돼도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회 무시’라며 불만

한국당은 이날 정부 개헌안을 ‘관제 개헌안’으로 규정하고 개헌의 시기와 내용을 모두 비난했다. 여권이 실제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기 위해 대통령 발의라는 모양새만 취하는 것이라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관제 개헌안을 준비하고 발의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개헌안을 국회에서 마련해서 반드시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분권형 개헌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에 소극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도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촛불 혁명을 운운했던 여당이 이제 와서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혼합형제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6ㆍ13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바른미래당은 당의 존립기반을 조속히 강화하기 위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동의하며 6월 개헌에는 찬성하지만, 어디까지나 국회 주도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헌은 청와대가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 주도,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지방선거 동시개헌이라는 3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교섭단체를 추진 중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대통령 주도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개헌안은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맞다”면서 “한국당 역시 개헌 논의에 있어 무조건적 반대와 비타협적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국회 내에서 진지하게 논의해 입장 차를 좁힌다면 현행 대통령제 보완하는 권력구조 합의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개헌 향방은 여전히 시계제로

현재로선 야당들이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에 비판적 기조여서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날 정부 개헌안 발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국회와 타협점을 찾을 여지도 둔 만큼 극적 반전을 맞을 수도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권력구조 개편에 합의가 안 된다면 기본권ㆍ지방분권 분야에서라도 부분 개헌을 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입장이다.

야권도 문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재확인된 상황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 요구마저 분출될 경우 정치적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청와대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후에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마련할 경우 정부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국회의 개헌 논의 시한이라고 밝힌 4월 28일까지는 국민 여론의 흐름을 놓고 득실을 재는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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