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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 가해성 댓글 달리는데... 포털은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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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 가해성 댓글 달리는데... 포털은 뒷짐

입력
2018.03.13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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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아니야?” 등 베플 달리고

수천명 공감 표시해 2차 피해

관련기사 댓글 제한 가능 불구

조치 취하지 않아 우려 목소리

세계여성의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제1회 페미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미투(METOO)&위드유(WITHYOU)'운동을 지지하는 흰색 장미를 들고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여성의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제1회 페미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미투(METOO)&위드유(WITHYOU)'운동을 지지하는 흰색 장미를 들고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부터 거부하지 왜?” “가족이 야당이라던데?” “불륜 아니야?”

12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의 ‘베플’(베스트 댓글)들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가 “2차 가해를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는 기사에 오히려 2차 가해성 댓글이 줄줄이 달린 것이다. 이 같은 댓글에 수천명이 공감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이 기사뿐 아니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해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관련 기사의 댓글 중 상당수가 이처럼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양대 포털사이트 측에 확인한 결과, 이들 사이트는 피해자로부터 신고가 들어온 댓글이나 네티즌 다수가 가려달라고 요구한 댓글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미투’ 댓글과 관련해서는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전부터 포털사이트들은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해 악플이 폭주하는 경우 아예 해당 기사에 댓글 다는 기능을 제한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이 같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물론 인터넷 댓글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강자, 권력자에 대한 비판 글이 아니라 소수자, 약자에 대한 혐오 글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 밖이라는 의견도 많다. 2차 가해 댓글을 본 또다른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말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약자의 표현의 자유를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영향력이 큰 대형 포털사이트나 소셜미디어의 경우 인터넷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대형 인터넷 기업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내부 기준을 마련해 혐오 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업 스스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정부의 개입을 불러 오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역시 ‘미투’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댓글 현황에 대해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은 “포털사이트 댓글을 보니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하지 말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과거에 포털 측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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