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정책 전문가 제언

기존 노동자에 유리한 시장구조
연공서열식 호봉제도 걸림돌
20년간 새 수익산업 못 만들어
AI 등 신기술 분야서 답 찾아야
지난달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청년희망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실업 문제는 일자리 대책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일자리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나 산업발전단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얽혀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업률 등 단기지표에 집착해 단발성 대책만 내놓다간 지난 10년간 매해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청년실업 문제를 풀지 못한 전례를 답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단기 재정지원+중장기 구조개혁’의 투트랙 구조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구성해야 한다는 게 이들 지적이다.

먼저 기존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 해고 유연성 대신, 임금체계 개편을 본격 추진할 시점”이라며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나 역량에 기반한 연봉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성과 임금간 괴리가 큰 호봉제 구조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교육, 노후 등 전반적인 복지체계 구축과 호봉제 폐지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초임 근로자와 은퇴 근로자의 임금격차가 너무 크다”며 “일본의 청년고용이 나아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도 있지만, 노동시장 제도개선과 경제상황이 좋아진 덕도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임금의 연공성을 최대한 없애고 ‘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박정일 한양대 교수는 “과거에는 청년실업 원인이 일자리 미스매치 등에 있었다면 지금은 대졸인력 과잉공급, 고용 없는 성장, 대기업 투자부진 등에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며 “이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등 신(新)기술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바로 청년 대책”이라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1995년 3대 주력 산업이던 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가 20년 이상 그 지위를 유지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생태계는 ‘정체’ 상태”라며 “그러나 조선업 구조조정, GM사태 등으로 이미 주력 산업은 망가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20년간 새로운 수익산업을 만들지 못한 게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철우 교수도 “주력 산업은 성장궤도에 오르면 내부적으론 자동화, 외부적으론 해외투자를 통해 더 이상 고용을 늘리지 않고도 성장이 가능하게 된다”며 “결국 일자리가 늘어나는 분야는 신(新)성장동력 산업인데, 노동ㆍ환경ㆍ입지 등 전 분야에 걸친 각종 규제로 인해 이 분야의 성장이 쉽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sj@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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