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달 맞은 정치용 예술감독
국악기가 연주되는 협주곡 등
상주작곡가 통해 시도하기로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심규태

“수십 년 동안 해외 연주를 하면서 ‘한국적인 곡은 없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반드시 한국적 특색을 살리는 연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용(61)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리안심포니) 신임 예술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지니고 있었다. 취임 두 달을 맞이한 정 예술감독을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내 예술감독실에서 만났다.

정 예술감독은 작곡가 윤이상 작품의 한국 초연, 창작 오페라 ‘심청’ 등 한국적 색채가 담긴 작품을 개발하는 데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정 예술감독은 “러시아의 대표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대신 모차르트와 베토벤만 연주한다면 아쉽지 않겠느냐”며 한국적인 음악이 작곡되고 자주 연주되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는 한국적 색채가 들어간 관현악곡, 국악기가 연주되는 협주곡 등을 다뤄달라고 상주작곡가에게 과제를 줬습니다.”

정 예술감독이 한국적인 음악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코리안심포니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재단법인이라서다. 정 예술감독은 원주시립교향악단 등 지방자치단체 산하 악단을 두루 거쳤지만 정부 예산을 받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또 다른 무게가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 1월 15일로 예정됐던 정 예술감독 취임식은 급작스레 취소되기도 했다. 그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열린 북한과의 실무회담에 참석해야 해서였다.

코리안심포니는 바쁜 악단이다. 1년에 100회 넘는 연주 일정이 잡혀 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만으로 관객을 만나는 정기연주회는 5,6회에 불과하지만 예술의전당 상주단체인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의 공연 반주를 수행해야 한다. 시립교향악단들의 연 10회 이상에 비하면 정기연주회 횟수는 현저히 적다. 정 예술감독은 ”적은 숫자인 정기연주회에서도 더 음악적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이미 이런 다짐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가졌던 취임 연주회에서는 취임을 축하하는 분위기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을 연주했다. 자신에게 은인으로 기억되는 홍연택(1928~2001) 초대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이 연주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던 곡이었다는 게 선곡 이유였다. 정 예술감독은 “제게 굉장히 많은 연주 기회를 주셨던 분”이라며 “저의 취임도 중요하지만 홍 선생님을 추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앞으로 코리아심포니의 정기연주회 레퍼토리로 스크랴빈 교향곡 2번, 닐센 교향곡 4번 등 낯설게 느껴질 법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 갔을 때 오는 신선함을 주면서 정기연주회만큼은 심도 있는 곡으로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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