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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과 점심 말고,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부터 한 주 사라”

입력
2018.03.13 03: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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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애널리스트로 13년

유명 인터넷 방송국 BJ로 변신

美 증시는 기업의 이익에 충실

버핏의 투자회사 자산목록 공부

30억짜리 점심보다 효과 커

이항영 열린사이버대 교수가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 투자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항영 열린사이버대 교수가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 투자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우선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1주 사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이는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다양한 업종의 미국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버핏이 어떤 기업에 왜 투자하는 지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미국 주식과 친해 질 겁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대표 지수인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2만6,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이후 조정을 받고 있지만 ‘강세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6년 말 20억달러 수준이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예탁 잔고는 지난해는 42억달러, 지난달 말에는 49억달러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 직구에 대한 두려움과 장벽은 아직 높다. 투자를 하려 해도 계좌 개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주식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구할지,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아닌 지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이항영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는 “미국은 몇 차례 고비는 있었지만 길게 보면 120년간 꾸준히 오른 시장”이라며 “‘기업의 이익’이라는 본질에 가장 충실한 시장인 만큼 관심을 갖고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식의 ‘고수’로 인정받고 있는 이 교수는 방송과 책, 강연 등을 통해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전도사’ 역할을 해 왔다. 이 교수가 진행하는 ‘주식에 미치다’는 인터넷 방송 제공 사이트인 ‘팟빵’에서 매달 경제분야 최상위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내놓은 그의 저서 ‘미국 주식이 답이다’는 이미 한 차례 절판돼 올해 같은 이름의 책이 새로 출간됐다. 그는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1990년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뒤 2003년 대우증권을 떠날 때까지 13년간 애널리스트 생활을 했다. 재직 당시에는 1945년 패전 직후 일본 산업의 발전과 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경제 발달 과정 등을 주로 연구했다. 이후 미국 유학 생활 등을 통해 해외 산업 등을 폭 넓게 공부했다. 이 교수는 요즘에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활성화해 주식 투자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고 강조했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물건이나 브랜드가 어느 회사의 것인지 아는 게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왜 미국 주식에 눈길을 돌려야 하나.

“가장 큰 이유는 분산이다.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과 비교할 때 한국 시장의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한 국가에만 투자하는 것은 종목 하나에만 집중하는 올인 전략을 펴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국에만 투자할 수 있었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물건을 해외에서 ‘직구’ 할 수 있는 시대다. 전 세계인이 직구하는 물건을 만들어 이익을 내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투자의 기본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시장 중에서도 자산 비중이 가장 크고 다양한 기업이 상장돼 있는 곳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미국 시장은 ‘기업의 이익’이란 본질에 충실하다.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가 많이 참고하는 수급 정보나 호가창이 아예 없다. 투자를 할 때 본질과 동떨어진 정보는 차단한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가치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국 시장과 다른 점이 또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현실적으로 기업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상장지수펀드(ETF) 때문에 투자가 더 쉬워졌다는 게 무슨 뜻인가.

“ETF 시장이 발달하며 다양한 산업군이나 테마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시장에는 2,000여개에 이르는 ETF가 상장돼 있다. 소비재나 은행, 반도체 같은 특정 영역에 투자하는 ETF도 있고 특정 국가나 지역을 다루는 ETF도 있다. 소비 흐름이나 사회적 변화의 기조만 알면 개별 기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도 투자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더 안정적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이 최근 1년간 300% 이상 오를 동안 삼성자산운용이 만든 코덱스(KODEX) 헬스케어 ETF도 100% 이상 상승했다. 종목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이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로 촉발될 수 있는 세계 무역전쟁이다. 이 때문에 분명히 시장 변동성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기업의 이익이다. 시장 전문가가 예상하는 S&P 500지수 구성 종목의 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19%에 달한다. 선진국의 논리로 보면 그만큼 주가가 상승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같은 급락 장세에선 두 가지 안전장치가 발동할 수도 있다. 하나는 자사주매입 같은 주주친화정책이고 또 하나는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는 자금이다. 이미 올해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6,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기업들은 주주친화정책을 펼칠 만한 여력이 있다. 미국의 연금 제도가 주식시장을 받쳐주고 있다는 데도 주목해야 한다. 기업의 퇴직연금 제도를 의미하는 401K와 개인 퇴직계좌(IRA)의 양대 축을 통해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럼 어떤 주식을 사야 하나.

“익숙한 기업부터 접근하는 게 좋다. 모르는 종목을 추천 받고 처음부터 분석하기보다 눈에 익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부터 공부하는 게 훨씬 쉽다. ‘관련주’, ‘테마주’를 찾는 사람도 많은데 아이폰이 좋은 것 같으면 애플 주식을 사고 반도체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사면 된다.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면 버크셔 해서웨이 1주를 먼저 사라고 권하고 싶다.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종목에 대해 분석하다 보면 22만원짜리 주식 하나로 사실상 워런 버핏 회장과 점심을 함께 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지난해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무려 267만 달러(약 30억원)에 낙찰됐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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