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기대감
기업 지배구조∙배당 수익률도 개선

남북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한국 증시를 억눌러온 ‘코리아 디스카운트(discountㆍ할인)’ 해소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 5월 예정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이 진전을 보이며 지정학적 우려가 완화될 경우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톰슨로이터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은 8.7배로, MSCI 신흥시장 지수(12.4배)의 70% 수준이다. 이 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각 지수 구성종목의 예상 실적을 활용해 12개월 후 이익을 추정한 뒤 이를 현재 주가로 나눈 것이다. 이를 통해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데, 값이 작을수록 해당 증시가 저평가됐음을 뜻한다. 한국은 미국(17.2배), 일본(13.5배)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13.2배), 대만(13.5배) 등 아시아 신흥시장보다도 주가가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남북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리스크)이다. KB증권이 구글 트렌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1년 이후 ‘북한’을 검색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2013년과 지난해 한국 증시의 PER는 다른 해에 비해 더욱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통해 세계적 관심을 모으면 우리나라 증시가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등으로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도 한결 부드러워지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국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지난해 말에 비해 10bp(0.1%포인트) 하락한 43bp(0.43%포인트)를 기록했다. CDS프리미엄은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아졌음을 뜻한다. MSCI 한국지수의 12개월 선행 PER 역시 지난 6일 8.6배에서 이날 8.7배로 소폭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1%대 상승을 기록한 코스피 지수, 달러당 1,065.2원 수준까지 떨어진 원ㆍ달러 환율 또한 한국 증시의 훈풍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 낮은 배당수익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해온 또다른 요인들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는 점도 증시에 호재다. 기업들의 주주 친화 정책 확대로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 대비 배당 수익률은 2.3%까지 높아진 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진다면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다른 선진국, 신흥국의 50~80%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며 “4, 5월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올해 중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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