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북미정상회담 4원칙’

①완전ㆍ검증 가능 비핵화 재확인
②미국인 석방 배제해 양보 차단
③회담 조건은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④한미훈련은 지속 “쌍중단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지지유세장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예상보다 거센 비판 여론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북미 정상회담 4대 원칙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4대 원칙은 핵ㆍ미사일 도발 중단, 양보 없는 대북제재지속, 완전한 비핵화 등 회담 목표와 조건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을 4대 원칙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다.

백악관 참모들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방송에 잇따라 출연, 정상회담 목표가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NBC 방송에서 “우리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폭스뉴스와 CBS 방송에 연거푸 출연,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재확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연극을 하려고 이것을 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얼리티 쇼’ 하듯이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의 실질적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데도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해 결과적으로 핵을 보유한 김정은 정권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은 남겨둔 채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거하고 핵 문제는 동결 수준에서 합의를 보려 한다는 우려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대화 중 양보없는 제재 압박의 계속도 트럼프 정부가 강조하는 두 번째 원칙이다. 폼페이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일관되게 제시해온 목표를 얻을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제재가 효과를 발휘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끈 만큼 협상 과정에서도 제재 지렛대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도 “미국은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유력한 협상카드인 억류 미국인 석방을 선제적으로 배제, 어떤 양보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수 차례 엇박자를 냈던 ‘대화의 조건’은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정리됐다. 폼페이오 국장과 므누신 장관 모두 북한이 한국 특사단을 통해 약속한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만으로 대화 조건이 충족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9일 “북한이 구체적 조치와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만남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혼선이 빚어진 바 있다. 그간 대화 조건을 두고 트럼프 정부 내 대북 강경파들은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는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입장이 갈려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이후 온건파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셈이다.

트럼프 정부의 네 번째 원칙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지속이다. 미 국방부가 군사훈련 지속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데 이어, 폼페이오 국장도 이날 “김정은은 한반도에 필수적인 군사훈련이 계속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실험 중단 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란 이른바 쌍중단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에도 불구, 트럼프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에 구체적 플랜이 없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는 상당한 시일과 검증 절차가 필요한 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선언적 말만 믿고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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