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원 서울대 연구교수 논문
“전두환 정권이 정통성 내세우려
교과서 서술ㆍ국가기념일 지정”
광복 뒤 귀국하는 임시정부 인사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정은 인정받지 못한 정부였으니 정부가 아니라 개인 자격의 귀국이었다. '임정의 법통'은 1987년 개헌 때 처음 언급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실 ‘법통(法統)’이란 말은, 용어 자체가 좀 그래요. 왕조시대 ‘적통(嫡統)’ 개념의 잔재거든요. 그런데 법통이란 말을 써서 상해 임시정부를 높게 평가한 건 원래 보수 진영의 정치적 필요 때문이에요. 그런데 요즘 보수 진영은 건국절을 띄우느라 임정을 깎아 내리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12일 윤대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가 내놓은 설명이다. 내년 3ㆍ1절 100주년, 임정 100주년을 앞두고 정치권이 임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이란 명시적 표현이 헌법 전문에 포함된 것은 1987년 개헌 때가 처음이었다. ‘3ㆍ1운동’은 계속 강조되어 왔으나 ‘임정의 법통’은 없었다. 임정보다는 ‘유엔이 승인한 유일 합법 정부’라는 점이 더 강조됐다. 1987년 헌법 개정 때 왜 ‘임정의 법통’이란 표현이 들어갔을까.

보수는 원래 임정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임정의 상징’ 김구와 대척점에 있던 이승만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이후 박정희 정권 때도 분단 상황 때문에 임정을 좋게만 여기지 않았다. 이 분위기가 뒤집힌 것은 1980년대다. 진보적 지식인과 대학생들이 민중사관을 내세워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강력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위협받는다 생각한 전두환 정권은 임정을 내세웠다. 좌익이 아닌 민족주의 세력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임정이 떠올랐다. 1985년 전두환 정권은 현대사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임정이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언론도 “독립자존과 민주주의의 실천적 경험이 있는 자랑스러운 역사의 뿌리를 대한민국임시정부로부터 캐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맞장구 쳤다. 문교부는 1987년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였음을 강조한다”는 교과서 편찬 기준을 제시했고, 1988년 국사편찬위원회는 그런 취지에 맞는 ‘대한민국사’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 전까지 쳐다보지도 않던 임정 수립일을 1989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고, 1990년부터는 정부 주관 기념식을 열기 시작했다. 임정 법통론은 “독재 정권의 정당화 담론으로 정치적으로 활용”된 셈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과 기념식 다시보기' 논문을 쓴 윤대원 교수는 임정에 대한 과대평가를 경계했다. 윤대원 교수 제공

그렇기에 광복군 출신 고려대 총장 김준엽(1920~2011)이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1867~1932)의 후손 이종찬 당시 민정당 의원을 통해 ‘임정의 법통’이란 문구를 헌법 전문에 넣었다는 얘기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윤 교수는 “그 분들 외 광복회 원로 등 많은 분들이 노력을 기울인 건 사실이지만, 헌법 전문에 들어가게 된 것은 그보다는 더 큰 차원의 그림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정에 대한 평가는 역사학계에서 다소 엇갈린다. 그래도 중요한 출발점이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비판적 시각도 있다. 실제 일제시대 때도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임정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윤 교수만 해도 “임정을 과대평가하면 민족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나 아나키즘 등 다른 흐름의 독립운동이 너무 축소되고, 통일 이후 남북통합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은 선택도 아니다”라고 보는 입장이다.

역사비평 2018년 봄호

그럼에도 임정이 자꾸 부각되는 건 결국 건국절 논란 때문이다. 윤 교수는 “보수 진영은 정통성 문제에 자신이 없으니까 정치적 의도에서 임정을 내세웠다가 그래도 방어가 안되니까 다시 건국절을 내세우고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그에 대한 반작용 때문에 임정을 강조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임정은 사실 그대로 역사적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윤 교수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과 기념식 다시보기’ 논문은 계간지 역사비비평 봄호에 실렸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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