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훈 신임 건축사협회장
내진설계ㆍ도시 재생 정책 등
적극 의견내며 대중과 소통 강화
‘이익추구 단체’ 인식 개선하기로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하나의 건축물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건축이 일반 서민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 고민하는 것이 협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건축사는 인간의 기본권인 의식주를 다루는 직업이잖아요. 한데 국내에서는 그만큼 중요한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건축사협회라면 직능단체,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단체라고 오해받기도 하죠. 이런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최근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석정훈(62) 신임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대중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석 회장은 지난 1월 선거에서 66.47%의 득표율로 32대 회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3년. 일반에 익숙한 건축가가 건축설계에서 일가를 이룰 만큼의 건축적 역량을 지닌 사람을 뜻한다면, 건축사는 국가에서 건축설계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국내 유일의 법정 건축사 단체로 3월 기준 1만457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석 회장이 건축사가 된 건 고등학생 시절 본 영화가 결정적이었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주인공이 건축사인 영화를 보고 ‘건축과 가면 멋있겠구나’하는 생각”으로 연세대 건축공학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건축계의 삼성’으로 꼽히는 정림건축에 입사했다. 막 건설 붐이 일었던 1978년이다. 석 회장은 “건축사는 꿈꿨던 만큼 좋은 직업이었다”면서 “의사 변호사 등이 인생 고비에 있는 의뢰인을 만나는데 반해 건축사는 인생의 황금기에 접어든 ‘좋은 사람들’을 항상 건축주로 만난다”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하게 된 건 8년 후 1986년 태건축사사무소로 독립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저도 박물관이나 학교 설계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죠. 하지만 (소규모 건축사무소의) 현실은 전혀 다르더라고요. 건축사로서 역량을 우선으로 할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는 걸 우선으로 할지 고민하다 결국 후자를 택했습니다.” 외환위기는 한국 건축계 환경을 180도 바꿔놓았다. 설계 수주가 줄면서, 주택 등 소규모 건축 설계로 눈을 돌렸고 30~40평대 소형주택 전문 브랜드 ‘마이지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건이 돼서 다시 (대형 건축물을 설계하는 일로) 돌아가려 하니까 안 돌아가지더라고요. 순수했던 마음도 잊어버렸고, 건축사무소 조직도 지금 하는 소규모 주택 설계에 맞게끔 정비돼있고.” 대신 “건축의 본질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아쉬움”을 대한건축사협회 일로 대신했다. 2009년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이사로 늦깎이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저는 일 할 사람은 적고 할 일은 많은 운 좋은 시절을 보내며 (건축사로) 자리잡았어요. 건축사들이 사회와의 소통에 무관심했던 배경이기도 하죠. 이 피해를 요즘 후배들이 고스란히 당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를 포함한 선배 세대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책임감이 들었죠.”

석 회장은 우선 대중과의 소통을 늘릴 계획이다. 당장 내진설계 같은 사회 현안에 관한 자문부터,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 제안까지 적극적인 의견을 낼 예정이다. ‘부동산 가치’ 외에 건축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릴 때 건축사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임의 가입인 협회 운영 규정을 건축사 면허증 소지자면 의무 가입하도록 정부를 설득할 계획이다. 석 회장은 “건축은 사유재인 동시에 사회를 구성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 규제를 받는다”며 “건축사가 공인의 입장에서 교육받고 통제받는 틀이 있어야 한다. 의사협회, 변호사협회처럼 직업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건축사에 대한 징계권이 협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 목적은 건축사가 제대로 대접받고 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데 이건 우리가 한 일의 결과이지 그걸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기본권을 다루는 직업이니까요. 삶에서 건축사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가를 추구하고 그 결과로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국민에게 인정받는 거죠.”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