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비난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
“비핵화 의지 진정성 표명” 해석 속
“주도권 잡으려 뜸들이기”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문 타운십의 공화당 후보 선거지원 유세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을 접한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던 대미 비난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침묵을 두고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과 동시에, 대화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이란 의견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별사절단을 통해 전달받은 북한의 정상회담 메시지에 “좋다, 만나겠다”며 즉각 수락했다. 그러나 미국의 화답 사흘째인 11일 현재까지도 북한은 ‘5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어떤 발언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매체에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은 실리지 않았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0일 유일하게 관련 기사를 실었으나 다음날 삭제했다. 해당 기사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최강의 승부수를 띄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화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 대한 비난도 자제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제안을 승낙한 지 하루 만인 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이 없다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하고 나섰으나, 북한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소한 발언까지 문제 삼아온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미 비핵화 의지 표명과 함께 핵 실험ㆍ미사일 시험발사 자제를 약속하며 북미대화에 적극성을 보인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대한 자극과 도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성을 보이는 방법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의 침묵은 향후 북미대화가 긍정적으로 흐를 것이란 예후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의 기싸움 일환이란 분석도 있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뜸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북미대화 의지를 전달하긴 했지만 ‘5월 회담’은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북한이 아직 대답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상황을 정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내부 충격 완화를 위해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불과 3개월 만에 (북미관계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며 “일정 기간 북한 주민을 교육한 다음에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방북 결과를 미국과 공유하고자 출국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