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일전 4-1 대승..."방심 금물. 평창이 마지막 무대라 꼭 메달 따고파"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한민수가 9일 평창패럴림픽 개회식에서 가파른 경사를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은 9일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큰 감동을 준 주인공 중 한 명이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수비수이자 ‘맏형’인 한민수(48)다.

달 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 최종 점화를 하려면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했다. 먼저 장애인 알파인스키 양재림(29)과 그의 가이드러너인 고운소리(23)가 계단을 올랐다. 계단 중턱에서 한민수가 두 사람으로부터 성화를 넘겨 받았다.

비장애인도 공포를 느낄 것 같은 아찔한 슬로프. 왼발이 의족인 한민수가 줄 하나에만 의지한 채 서자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그가 한 발 한 발, 힘겹지만 침착하게 경사를 탄 뒤 정상에 서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한민수는 무사히 최종 점화자인 여자 컬링 대표팀 주장 김은정(28)과 휠체어 컬링 대표팀 주장 서순석(47)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개회식 하루 뒤인 10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일본과 조별리그 B조 첫 경기를 마친 한민수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와 전날의 벅찬 심경을 전했다. 한국이 장동신(42)과 정승환(32), 조영재(33), 이해만(36)의 연속 골에 힘입어 일본을 4-1로 크게 이겨서인지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고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해야 하나 많이 망설였다”면서도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꼭 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민수는 서른 살 때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상실감을 딛고 일어나 휠체어 농구, 럭비, 조정, 역도에 이어 2000년에 아이스하키에 입문해 19년 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동료들이 메달을 위해 집중하는데 주장인 자신이 성화 리허설로 훈련에 빠지면 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점화 연습도 쉬는 날 골라서 했다.

정상에 선 한민수(왼쪽)과 최종 점화자인 김은정(오른쪽 뒤)와 서순석. 평창=연합뉴스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회식의 최종점화 프로그램이 논의 과정에서 계속 변경돼 한민수는 남 모르게 애를 태웠다. 평창 지역에 계속 눈이 내려 제대로 연습도 못 했다. 리허설을 딱 한 번 했는데 개회식 당일 슬로프에 서니 생각보다 훨씬 경사가 급해 크게 당황했다. 그는 “가까이 계신 분들은 아마 제 표정을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실 거다. 다행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 마무리했다”고 안도했다. 두 딸의 아버지인 한민수는 “우리 딸들도 기뻐했지만 동료 아이스하키 선수 자녀들이 더 좋아했다고 하더라. 내 인기가 좀 높아진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최고 스타인 ‘빙판의 메시’ 정승환(32)과 비교하자 그는 “어떻게 감히 정승환을 따라가나. 따라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분수에 맞게 살겠다”고 농담했다. SNS를 중심으로 한민수의 성화 전달 장면이 엄청난 화제를 모았지만 한일전에 지장을 받을 까봐 일부러 보지 않았다는 그는 “이제 경기 끝났으니 반응 좀 살짝 살펴볼까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0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일본과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일전 승리는 기분 좋지만 ‘어제 내린 눈’이다.

한국이 목표로 하는 메달을 위해서는 11일 체코와 2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한민수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내 마지막 은퇴 무대에서 (메달) 목표를 이룬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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