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정봉주 이어 여권서만 세 번째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빨간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후보에 도전하던 민병두 의원이 10일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자 의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6·13 지방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정책·전략통인 3선 중진의 민 의원까지 ‘미투’(#MeToo) 파도에 휩쓸리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봉주 전 의원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상태여서 지방선거 준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민 의원은 이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온 지 2시간도 채 안된 시점이다.
앞서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은 한 매체를 통해 2008년 5월쯤 민 의원과 함께 노래주점에 갔다가 민 의원이 갑자기 자신에게 키스하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현역 의원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첫 미투 폭로였다.
민 의원은 특히 “그분이 상처를 받았다면 경우가 어찌 되었든 죄송한 마음”이라며 “그분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저는 의원직을 내려놓겠다. 그리고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다만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민 의원 측은 의원직 사퇴와는 별개로 사실관계는 사실관계대로 따져나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민 의원이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방선거 승리 못지않게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원내 1당 사수가 중요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출혈이 생긴 탓이다. 민주당은 그간 원내 1당 사수를 위해 지방선거에 나서는 현역 의원의 숫자를 2∼3명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선 도전 의지를 밝힌 의원들의 불출마를 설득해 오던 상황이다. 실제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던 전현희 의원은 8일 “강남벨트의 정치적 구심점인 제가 자리를 지키고 선거를 진두지휘 해야 한다는 당과 지지자들의 우려와 요청이 있었다”며 선공후사 뜻을 밝히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준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경선레이스는 당초 6파전으로 시작해 흥행을 자신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 직격탄을 맞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영선, 우상호 의원 등 사실상 3파전이 되면서 김이 빠지게 됐다. 민주당이 안희정 전 지사 사태 직후 성 비위 관련 공천배제 규정을 강화를 공언한 만큼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정 전 의원이나 민 의원 모두 경선 참여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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