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탐스 CEO

2006년 250켤레 신발로 탐스를 설립한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창립 5년 만에 1,000개 매장에서 200만개 신발을 파는 글로벌 브랜드의 최고경영자로 거듭났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페이스북

‘오늘 신발 한 켤레를 팔면 내일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신발 브랜드 ‘탐스(Toms, Tomorrow’s Shoesㆍ내일의 신발)’에 숨어있는 뜻이다. 탐스는 아르헨티나 민속 신발인 ‘알파르가타’를 본떠 만든 패션 신발이다. 바닥은 황마를 꼬아 만들고 발등은 얇은 천으로 덮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신발이다. 탐스를 전세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로 만든 일등 공신은 스스로를 ‘신발 퍼주기 대장(Chief Shoes Giver)’으로 부르는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42)다. 그는 어떻게 신발을 팔고, 또 기부하고 있을까?

대학 시절부터 빛났던 사업 수완

미국 텍사스 출신의 마이코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팸 마이코스키로부터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법을 배웠다. 팸은 평범한 주부로 자녀를 키우면서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일 수 있는 요리책 ‘버터 버스터즈’를 독립출판으로 펴낸 행동가였다. 어머니의 도전 정신을 물려 받은 마이코스키는 갓 스무살이 된 1996년 서던메소디스트대 친구 2명과 사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세탁물을 배달해주는 사업이었는데, 그의 수완은 남달랐다. 자신의 속옷을 남에게 맡기는 걸 꺼려하는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블레이크는 당신의 속옷을 보지 않는다’는 문구의 광고를 내걸었고,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려 세탁물을 들고 캠퍼스와 기숙사를 활보했다. 세탁 사업은 인근 3개 대학까지 뻗어나갔고 100만달러(약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공을 맛본 마이코스키는 대학을 중퇴하고 여러 창업 아이템에 손을 댔다. 네 번째 사업인 온라인 운전 교육 회사를 운영하던 마이코스키는 2006년 휴식을 위해 한 달 간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10년 간 반복된 창업과 사업 확장으로 피로가 누적돼 있었던 마이코스키는 폴로와 탱고를 배우며 유유자적했다. 그의 사업가 기질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목격했을 때 퍼뜩 깨어났다. 아이들의 발은 상처투성이였다. 맨발로는 출입이 금지돼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했고, 어떤 가족은 신발이 한 켤레밖에 없어 자녀들을 학교에 번갈아 보내고 있었다. 마이코스키의 머리는 또다시 창업 아이템으로 가득 찼다. “아이들에게 신발을 계속 기부할 수 있는 사업을 하자!”

탐스 스토리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그해 5월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 제화공들이 만든 알파르가타 250켤레를 들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새 회사 탐스를 차렸다.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제3세계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 포 원(One for Oneㆍ하나를 위한 하나)’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40달러(약 4만원)짜리 민속 신발에 ‘기부’라는 스토리를 덧댄 셈이다. 사업 구상을 들은 지인들도 원 포 원에 호응했고, 마이코스키는 로스앤젤레스의 작은 옷가게 한편에 신발을 진열해 팔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신발 한두 켤레 나가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판매를 개시한 지 불과 며칠 뒤에 마이코스키는 탐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젊은 사업가와 탐스의 탄생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된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 부스 무어가 그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다. 하루 만에 2,000건 이상의 주문이 쏟아졌다. 마이코스키는 곧바로 4,000켤레를 더 생산했고, 탐스는 설립 첫 해 여름에만 1만켤레를 팔아 치웠다.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심리가 절로 구매를 촉진했다.

탐스가 각광을 받자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패션업계는 신발 브랜드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의심했고, 다른 쪽에서는 원 포 원 모델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탐스는 보란 듯이 설립 5년 만에 30개국 매장 1,000곳에서 200만켤레를 판매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다. 다양한 무늬와 색깔의 알파르가타는 미국의 ‘힙스터(고유한 패션, 음악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상징이 됐다.

마이코스키는 자서전 ‘탐스 스토리’에서 “신발업계 사람들은 영리 목적의 사업을 하면서 공익을 추구해봤자 일만 복잡해질 거라고 봤다. 하지만 탐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새로운 모델을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신발을 단순한 상품 이상으로 만들었다. 탐스는 이야기이자 사명이었고,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운동이 됐다”고 말했다.

‘탐스는 착하지 않다’는 반론도

탐스의 기부 방식이 제3세계를 돕기는커녕 외려 해롭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는 탐스를 겨냥해 “외국에서 들여오는 원조 물품이 현지 기업들의 사업을 방해해 제3세계의 내수시장이 성장하지 못한다”며 “하나를 사면 하나를 기부하는 모델은 고장났다”고 비판했다. 탐스의 공짜 신발과 같은 원조품이 지역에서 자체 생산하는 재화 가격을 떨어뜨려 현지 노동자와 상인들이 더 빈곤해진다는 논리였다. 패스트컴퍼니는 탐스가 신발 기부 이상의 자선 모델을 찾아야 하고 캠페인 위주의 마케팅 활동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탐스 신발은 이미 신발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되기도 한다”며 “다른 자선 물품들처럼 기부를 받는 지역에 특화되지 않았고, 탐스 신발이 모든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알맞지도 않다”고 보도했다.

마이코스키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우리는 신발을 매우 낙후된 지역에만 기부하고 있다. 신발을 사느냐, 음식을 사느냐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에게 신발을 주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망친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론한다. 그는 탐스가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고도 설명한다. 생산시설의 40%를 케냐, 인디아, 에디오피아, 아이티로 옮겨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는 것이 곧 기부, ‘원 포 원’의 확장

마이코스키가 그저 반론에만 급급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공짜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 포 원 모델을 시력 개선 수술, 깨끗한 식수 공급, 안전한 출산 서비스 지원 등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11년 탐스 안경 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이 안경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시력 복원 시술을 지원하거나 시력 교정용 안경을 기부한다. 현재까지 40만명의 사람들이 기부를 받았다. 2014년에는 커피 판매회사인 탐스로스팅컴퍼니를 세워 고객이 커피를 구입할 때마다 깨끗한 식수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주일 생활분인 140리터의 식수를 지원한다. 지금까지 지원된 식수는 33만5,000주 분량에 달한다. 2015년에는 가방 브랜드로 확장해 안전한 출산을 돕는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만5,000명의 산모가 혜택을 받았다는 게 탐스의 설명이다. 고객을 자선가로 만드는 마이코스키의 ‘마법’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탐스 매장에서 ‘원 포 원(One for One)’ 모델을 홍보하고 있는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페이스북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