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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가 사는 세상] 김용주 전시디자이너의 플러스펜

입력
2018.03.10 1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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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김용주 기획관의 필통에는 플러스펜만 13자루가 있다. 고유의 손맛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도면을 플러스펜을 이용해 직접 그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용주 기획관의 필통에는 플러스펜만 13자루가 있다. 고유의 손맛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도면을 플러스펜을 이용해 직접 그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공간 디자이너 김용주 기획관의 필통엔 검정색 플러스펜 10자루가 있다. 초록, 빨강, 파랑색 플러스펜을 합치면 플러스펜만 총 13자루. 그는 전시 공간을 디자인할 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전부 핸드 드로잉으로 해요. 제 주변에도 핸드 드로잉을 권하고요. 컴퓨터의 그래픽 툴에 익숙해지면 컴퓨터가 구현할 수 있는 한계에 갇혀버립니다. 여기 묶여 자기 손맛을 잃어버리면 결국엔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카피 디자인을 하게 될 수 있어요. 디자이너에게 고유의 드로잉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김 기획관은 매 전시마다 플러스펜 12자루 들이 한 박스를 다 쓴다. 볼펜이 아닌 플러스펜인 이유는 “강약 조절이 가능하고 선의 표현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검은색으론 평면을 구성하고 색깔이 있는 펜으로는 체크할 사항을 표기, 형광펜은 영역을 칠할 때 사용한다.

플러스펜과 더불어 또 하나의 친구는 몰스킨 노트다. 프랑스 노트 브랜드 몰스킨은 딱딱한 표지와 신축성 있는 밴드가 트레이드 마크로, 작가들이 사랑하는 노트로 유명하다. 새로운 전시 기획이 시작될 때마다 김 기획관은 몰스킨 노트를 펼치고 플러스펜의 뚜껑을 뽑는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일단 하나의 도면을 그린 뒤 다른 생각이 떠올라도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기존의 그림 위에 덧그린다는 것이다. “아이디어의 진척을 확인”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저는 항상 A에서 B로 갔다가 C로 가고, 마지막에 다시 A로 돌아와요. 하지만 매번 첫 아이디어로 돌아간다고 해서 처음부터 A를 밀고 나가면 안돼요.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첫 아이디어가 훨씬 단단해지거든요. 전시공간 디자이너는 큐레이터, 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관람자까지, 수많은 사람과 협업하고 소통하기 때문에 자신을 포함해 누구든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글ㆍ사진=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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