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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북제재 단숨 돌파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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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북제재 단숨 돌파 노림수

입력
2018.03.09 17: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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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대화도 없이 정상 담판 제안

북미관계 한방에 회복 ‘히든카드’

정상국가 지도자 각인 전략도

북미수교ㆍ비핵화 구상 다 짜놓고

현재의 핵-제재 해제 ‘딜’ 나설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던진 북미정상회담 카드는 대립으로 치달았던 북미관계를 단번에 도약시켜 제재를 탈피하기 위한 승부수로 평가된다. 예비 대화를 과감하게 건너 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서 독재자가 아닌 정상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북미수교라는 최종 목표로의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겠다는 김 위원장 표정에는 자신감과 절박함이 동시에 담겨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최대의 압박 작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과 미국과 담판 지을 수 있을 정도의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 등 두 가지 극단적 상황이 혼재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과 거래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력과 미국의 대북제재로부터 긴급히 대피해야 할 필요성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파격 카드를 던지게 했다는 뜻이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제안은 북미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탐색적 대화 등을 거칠 경우 비핵화 의지를 대화 단계별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상 간 대화를 먼저 한 뒤 하부 레벨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수순을 밟으면 관계 정상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탐색적 대화니 예비 대화니 거치지 말고 (정상끼리) 직접 만나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북미정상 간 만남이라는 카드를 던졌다면 김정은 위원장 머릿속엔 이미 북미수교 구상까지 짜여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 체제 보장의 필요 조건인 북미 간 수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관계를 개선시켜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고립도 탈피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행동일 수 있다”며 “북한이 하기에 따라 북미수교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목표라면 그 반대 급부인 비핵화 전략 수립도 끝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미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며 모라토리엄(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더 이상의 핵개발은 멈추겠다고 선언, ‘미래의 핵’을 먼저 포기한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은 이미 만들어진 ‘현재의 핵’을 협상물로 올려 단계 별로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교가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밝히고 있는 비핵화 의지가 한미가 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뜻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도 여전하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서울대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시작되는 북핵 대화라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며 “많은 장애들이 생길 수 있는 등 결렬과 협상이 반복됐던 역사도 돌이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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