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마트 시티가 미래다
# 지난달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서
싱가포르 주축으로 경쟁력 제고
‘스마트 시티 네트워크’ 구축 예고
# 인도네시아ㆍ태국ㆍ베트남 등
아세안 10개국서 40개 프로젝트
싱가포르, 도시국가 특성 살려
‘스마트 네이션’으로 홍보 나서
# 급격한 도시화 부작용 줄이며
건설경기 살려 성장 동력 삼아
효율적 국토 이용 유도 목적도
마리나만에서 본 싱가포르 도심 야경. 싱가포르는 ‘잘사는 북한’으로 불릴 만큼 소득 수준은 높지만 감시 수준이 높은 나라다. 아침 출근 때부터 퇴근 때까지 폐쇄회로(CC)TV에 2,000번 이상 찍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치적으로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이 첨단 기술로 무장된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게 될 경우 국민들에 대한 감시 감독이 강화돼 독재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스마트 시티’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동남아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싱가포르가 올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을 맡으면서 이 지역 국가의 ‘스마트 시티’ 건설 붐은 더욱 가속화 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아세안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한 ‘아세안 스마트 시티 네트워크’ 구축 계획에 각국이 지지를 보냈다”며 이 계획을 통해 역내 통합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예고했다.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 이후 경제통합을 위해 ▦전자상거래시장 단일화 ▦통관절차 개선(싱글윈도우) 등을 주장해온 싱가포르가 아세안 스마트 시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역내 통합과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스마트 시티 붐

글로벌 컨설팅사 AT커니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현재 약 40개에 이른다. 경제(GDPㆍ2.2조달러)와 인구(6억3,000만명) 규모 면에서 아세안 전체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15개로 가장 많고, 태국과 베트남이 그 뒤로 5개 수준이다.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꼽힌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아예 스스로를 ‘스마트 네이션’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실상 100% 수준의 도시화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답게 최첨단 기술들을 동원, ‘더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신용카드 한 장이면 생활에 전혀 문제 없는 수준으로 결제와 인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그런데도 싱가포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 정부기관의 정보 공유, 자율주행자동차 시스템 구축 등으로 국민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세안 국가에서는 비교적 높은 1인당 1만달러 국민소득의 말레이시아도 이 지역에서는 앞서가는 나라다. 다만 정책의 초점이 기존 도시 기능의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 올해 초 중국 알라바바와 손잡고 ‘말레이시아 시티 브레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 중에는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시내 도로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딩 서비스를 결합한 ‘스마트 브레인’ 장착도 포함됐다. 신호등과 연결된 500여대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입수한 정보를 분석해 차량 흐름을 최적화 하는 기술이다. 교통 인프라 증설 없이 차량 속도 10% 이상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나라별로 상이한 스마트 시티

다른 아세안 회원국도 스마트 시티에 적극적이지만, 구체적 내용은 국가별로 다르다. 베트남은 지난 1일 수도 하노이 인근 북부 310㏊ 면적에서 일본과 함께 2023년까지 스마트 시티를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의 해외 투자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에 달하는 373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20여개 일본 기업이 참가하며, 수도권에 위치한 만큼 자율운행 대중교통(버스) 체계, 지속성장 가능한 친환경 도시 건설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내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경제’를 목표로 스마트 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거래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카르타 원 카드’를 도입했고, 사용 패턴 모니터링을 통해 시민들의 생활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관광 부문에서 앞서가는 태국은 다국적 정보기술(IT) 업체인 델, 인텔과의 협업을 통해 의료관광을 확대하기 위한 스마트 시티를, 공산ㆍ이슬람 반군과 대치하고 있는 필리핀은 IBM과 손잡고 도시 전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코리아 주남진 대표는 “스마트 시티 건설 첫 단계로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구축과 CCTV 설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들을 기본적으로 적용한다”며 “다음 단계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춰 관광, 의료, 환경 관련 기술들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선택 아닌 필수

동남아 국가들이 다양한 스마트 시티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공통된 목적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 교통, 주거 문제 해결. 하지만 여기에 더해 건설 경기를 부양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도 짙게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번순 고려대 경제통계학과 교수는 “아세안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 중의 하나가 도시화”라며 “도시 개발, 특히 각종 첨단사업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스마트 시티 개발을 제쳐놓고 성장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도국 입장에서는 스마트 시티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실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효율적인 국토 이용을 유도하는 정책이 아세안 지역국가에는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도 경제성장이 지역 거점별로 이뤄진 도시화와 궤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반면 태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방콕 외 지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각종 혜택까지 제시했지만 해당 지역의 도시화가 지연되면서 국토 균형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험이 있다. 호찌민ㆍ싱가포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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