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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대 유훈 거론하며 ‘깜짝 제안’… 탈고립 의지냐, 시간 벌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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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대 유훈 거론하며 ‘깜짝 제안’… 탈고립 의지냐, 시간 벌기냐

입력
2018.03.07 00: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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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립 탈피 정상국가 열망” 분석

北 “南에 무기 사용 안 해” 약속까지

#2

“대북제재 몰려 쥐어짠 고육지책

핵무기 완성까지 시간 벌기 꼼수” 해석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대북특별사절단이 전달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대북특별사절단이 전달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미국 요구대로 당장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선대(先代) 유훈까지 거론하며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제 고립을 벗어나 정상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열망을 드러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그러나 갈수록 조여오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완성하기까지 시간을 벌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6일 대북특별사절단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핵과 재래식을 막론하고 남측에 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자기들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지 않고 적절한 경제적 보상만 해준다면 비핵화를 포함한 어떤 군사적 조치도 가능하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전향적 자세를 이끈 건 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들처럼 정상국가로 대접받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갈망일 거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남북, 한미 대화 등에서) 대화 상대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뜻을 (북측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핵 보유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교두보였다는 사실이 이번 태도 변화를 통해 드러났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집권 이듬해인 2013년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천명하며 핵 전략을 짤 때 일정 수준의 핵무기 기술을 확보한 시점이 되면 그걸 협상 대상에 올려 보상과 교환하는 빅딜 수준의 거래를 미국과 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 듯하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 평화의집이 잡힌 것도 정전 체제를 종전ㆍ평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북한 의지의 반영일 수 있다는 게 홍 실장 얘기다.

과감해 보이지만 수세에 몰려 쥐어짠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지난해 네 차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로 석탄과 의류 등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들이 틀어 막혀 정권 통치자금까지 말랐고 유류 공급도 일부 제한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민생도 영향을 받았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까지 제재에 동참하고 미국 요구로 세계 각국이 외교관계를 단절ㆍ격하하는 바람에 북한의 외교적 입지 역시 상당히 좁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과거 어느 미 행정부보다 대북 군사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도 북한으로선 엄청난 압박이었을 공산이 크다.

때문에 회의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북한이 기만술을 썼다는 것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뜯어보면 북한의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결국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 협상을 하자는 얘기인 데다 대화 의지가 있었다면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잠정 중단) 선언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조건도 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적어도 대화 진행 중에는 도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한반도 정세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시기 관련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시간만 벌다 비핵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이를 다시 들고 나올 수도 있고, 실험 대신 핵ㆍ미사일 개발 중단을 약속하지 않은 것도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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