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ㆍ근로자 지원책

고용보험료 추가 인상 시사

실효적 지원 가능할지도 의문

탄력적 근로시간제

노사 접점 못 찾고 평행선

특례업종 보완책은

보건업 등 당장 제외 어려워

노동계는 제외 시기 명시 요구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단축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및 향후 계획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으로 꼽은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당장 7월부터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의 대기업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 관련 입법을 통해 연 근로시간을 2022년까지 1,800시간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제도의 연착륙까지는 영세사업장에 대한 보호책 마련과 근로자들의 임금감소 해결, 근로시간 특례업종 개선 등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쟁점1. 영세기업ㆍ근로자 지원책

최대 쟁점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영세ㆍ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6일 ‘재정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채용 인건비, 기존 근로자의 임금감소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노사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조기정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사업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도록 근로시간을 줄인 사업장의 신규 인력 인건비와 기존 근로자의 임금 감소분을 지원하는 고용부의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확대하는 등 기존사업을 보완할 전망이다. 또 관계부처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기획재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한 기업에 법인세 등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후속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 역시 실효성 있는 지원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고용부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 시엔 고용보험료를 추가로 인상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쟁점2. 탄력적 근로시간제

국회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부칙에 넣은 ‘고용부 장관은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한다’는 조항은 또 하나의 불씨다.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성 보완이 필요하단 취지였지만 노사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에서는 현재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절별로 일이 몰리는 사업은 6개월, 1년 단위로 늘리고 허용기준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에선 탄력근로제 확대가 근로시간 단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장시간 근로를 용인하고 연장근로 수당을 줄이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고용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업종ㆍ사업장별 특성에 따른 탄력근로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2년이란 기한은 실제론 이번 정부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비롯한 유연 근무제의 개선을 다루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쟁점3. 특례업종 보완책

이번에 존치된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운송, 보건업 등 5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둘러싸고도 전면폐지를 외치는 노동계와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여전히 특례업종 근로자는 102만명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전날 “보건, 운송 등 업종의 경우에도 과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특례업종 근로자가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이 이번 개정안에 담겼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론 특례업종 전면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보건업의 경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당장 제외하기는 무리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특례업종 제외 시기를 명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차관은 “남은 5개 업종에 대해서도 폐지에는 공감했으나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하반기에 실태조사를 진행해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오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때처럼 추후 여러 가지 지원책이 누더기처럼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세밀하고 정교한 대책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지원이 그때 그때 쏟아지면 과연 이 정책이 어디로 튈 것인가 예측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세종=신혜정 기자 arê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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