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접견 다음날 “핵, 정의의 보검”
“북미 인식 좁히기 서두르기보다
남북관계 지렛대에 집중” 조언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6일자 1면에 실린 사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5~6일 방북한 대북특별사절단의 임무는 ‘한반도 비핵화’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미 인식 사이의 간극은 자위권을 명분으로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메우기 힘들 정도로 멀어진 게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측 특사단 접견 다음날인 6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제의 반인륜적인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 제하 정세 논설을 통해 “우리의 핵 무력은 미국의 극악한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고 불구대천의 핵 악마를 행성에서 영영 쓸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며 “미국의 핵 위협 공갈 책동이 날로 횡포해질수록 우리 군대ㆍ인민은 정의의 핵을 더욱 억세게 틀어쥘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 의제 북미대화를 주선하러 남측 특사단이 방문한 사실에 아랑곳없이 핵 보유가 정당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비핵화를 바라보는 북미 간 시각 차는 모든 면에서 현격하다. 테이블에 핵을 올려놓겠다는 의사 정도로도 대화 입구가 열려야 한다고 여기는 북한에게 미국은 간단히 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다. 핵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이라는 게 미국 요구다. 로드맵도 딴판이다. ‘선(先)비핵화, 후(後)평화협정’이 미국 구상이라면 북한은 두 조치가 동시 병행되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서로 상정하는 대화 출구가 완전히 다르다는 게 최대 난제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고수하며 제재ㆍ압박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 등 조건이 붙은 상호 핵 군축 형태의 비핵화를 협상 종착점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공통 출구를 도출하는 일이 북미대화 개시의 관건일 수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선대(先代)의 유훈이 비핵화’라는 김 위원장의 한마디가 북미대화 입구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비핵화라는 표현을 공유한다면 그 의미도 같은지 서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탐색 대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서 핵ㆍ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 선언까지 특사단이 끌어냈을 경우 중재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진다. 실험이 유예되면 북한 핵능력의 기술적 진전이 멈추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자국 본토가 북한 핵무기에 위협 당하는 시기가 늦춰지는 효과가 있고,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령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동안’ 같은 조건이 선언에 붙었다면 북미대화 전망은 불투명해진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지 내지 규모 축소 등 반대급부 요구까지 이뤄졌을 경우 비핵화 의지가 진심인지 따지는 미국을 설득하기는 더 곤란해진다.

이에 북미의 간극 축소를 서두르기보다 북한 희망대로 ‘남북관계 지렛대’ 확보에 먼저 신경 쓰는 게 낫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부에게만 열쇠 3개를 내놓으라는 일방적 중매가 성공하겠냐”며 “미국의 변화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우선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전략적으로 집중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김정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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