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수 뛰긴 좋아도 경쟁력 퇴보
82세 김영기 총재 아이디어 그대로
김영기 KBL 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영기(82)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농구가 외면 받았는데 플레이오프 때라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KBL은 졸속ㆍ탁상 행정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KBL은 전날 제3차 이사회 결과를 통해 “2018~19시즌부터 시행하는 외국인선수 자유선발 제도의 신장 기준을 장신 200㎝ 이하, 단신 186㎝ 이하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재 부임 이후부터 집요하게 강조했던 ‘빠른 농구’를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팬들과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 장ㆍ단신 제도 부활을 강행했던 KBL은 이번에는 용병의 신장제한 기준을 더 강화하면서 사실상 ‘기술자’ 영입만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현장에선 KBL리그의 선수 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 입을 모은다. 확실한 토종 빅맨을 보유한 몇몇 팀을 제외하곤 용병 센터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2m 가드가 넘쳐나는 현대농구에서 2m가 되지 않는 센터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이 규정을 적용하면 올 시즌 KBL에서 뛰었던 주축 용병 센터들도 대거 강제 퇴출된다. 원주 DB 로드 벤슨(206.7cm), 고양 오리온 버논 맥클린(202.7cm), 전주 KCC의 찰스 로드(200.1cm), 안양 KGC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203cm)은 신장 제한에 걸려 다음 시즌 KBL에서 뛸 수 없다.

아울러 당장 국내선수들의 리그 경쟁력은 높아질지 모르나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세계 무대 적응력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허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 농구는 다시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기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걸핏하면 외국인선수 신장만을 도마 위에 올려 놓는 단편적인 발상이다. 고령의 김 총재가 부임할 때 농구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 현대적인 농구 감각을 KBL에 입힐 수 있을 지였다. KBL은 과거에도 외국인선수 제도에 자주 손을 댔지만, 김 총재의 복귀 이후에 구시대적 정책은 더 심해졌다. 김 총재는 “지난해 5월 구단들과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구단들의 재고 요청에도 이제 곧 물러나는 김 총재의 아이디어는 그대로 채택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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