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요건 강화에 ‘팔자’ 돌아서
다주택자들 내달 양도세 중과 전
비강남권 아파트부터 정리 움직임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사무소 앞 전경. 연합뉴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를 피하지 못한 서울 비(非)강남권에서 ‘실망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비강남권 주민들의 집단행동과 공동투쟁 등을 주시하며 관망하던 일부 다주택자와 갭 투자자들이 5일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전격 시행되자 실거래가보다 2,000~3,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와 구청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건축 사업 추진 단지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는 안전진단 용역계약을 위해 구청에 현장실사(예비안전진단)까진 신청했지만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하지 못해 강화된 조치를 적용 받게 됐다. 양천구와 함께 대정부 투쟁을 벌였던 강동구의 신동아 아파트와 삼익그린2차ㆍ고덕주공9단지 역시 용역계약 체결에 그쳐 새 기준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공동투쟁 전선에 섰던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도 1년 6개월 전 예비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용역업체 선정이 늦어져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재건축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선 실망 매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 기준으로 8억원에서 거래된 목동6단지 전용면적 47㎡의 경우 이날 2,000만원 낮은 7억8,000만원 매물이 등장했다. 성산시영아파트 역시 이날 5억5,000만원의 실거래가를 유지하던 전용면적 50㎡ 아파트가 3,000만원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안전진단 동의서를 막 받기 시작하던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도 호가가 내려가고 있다. 월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3억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던 33.28㎡ 아파트를 2억6,000만원까지 내놓겠다는 집주인 연락을 받았다”며 “학군이 탄탄한 목동과 도심에 가까운 마포보다 노원이 오히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의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내달로 예정된 양도소득세 중과도 전반적인 아파트값 하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참여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경험에 따라 일단 상황을 주시하던 다주택자들이 20일 밖에 남지 않은 양도세 중과 시행 전 비강남권 매물을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경쟁력이 높은 대형 건설사의 분양 매물도 곧 본격적으로 풀릴 예정이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은 당분간 조정을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1~5일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824건에 달했다. 단순 환산하면 3월에만 1만건이 넘는 거래가 가능하단 이야기다. 이는 지난해 1월과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합친 규모(9,141건)보다 크다. 작년 3월 거래량(6,658건)보다도 40%나 많은 규모다. 업계에선 이 모든 거래가 양도세 중과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순 없지만 지난해와 달라진 조건이 양도세 중과밖에 없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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