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 이런 건 어떨까요]

“큰 치수 옷 제작업체에 지원금
선택권 약간이라도 넓혀 달라”
“비만 혐오 콘텐츠도 규제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고도비만인들은 한국에서 소수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당연히 이들을 위한 정책 마련은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행여 그런 정책적 움직임이 나올라치면 일각에선 ‘지나친 배려’라는 불편한 시선까지 보낸다. 당사자들은 “이제는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부분 하나씩만이라도 손을 대줬으면 한다“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사소한 변화’란 어떤 것일까.

체질량지수(BMI) 기준 고도비만에 속하는 김선영(53)씨는 “비만인들의 일상에 선택권을 조금이라도 넓혀 달라”고 호소했다. 우선 좁은 지하철이나 버스 좌석 가운데 한두 좌석 만이라도 이들을 위한 공간을 내어주면 어떻겠냐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실제 1974년 1호선이 처음 개통한 당시 성인 남성의 평균 키는 166.1㎝에서 2015년 172.2㎝로, 엉덩이둘레는 90.2㎝에서 95.1㎝로 변화한 반면 지하철 좌석 너비는 거의 그대로다. 2호선 등 일부 전동차 중 신규만 48㎝로 제작되고 있고, 대부분 좌석은 45㎝ 안팎을 유지 중이다. 김씨는 “임산부나 노인 전용좌석 같은 걸 바라는 건 아니다“며 “비만인을 위해 늘 비워둘 필요는 없겠지만 장거리 이동 때는 좌석이 빌 때라도 이용할 수 있는 좌석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수지가 맞지 않다 보니 비만인들을 위한 큰 치수의 옷을 제작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 그는 “정부가 비만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배려해 큰 치수의 옷이나 신발 등을 제작하는 창업자 등에게 일부라도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TV프로그램이나 온라인 콘텐츠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절실했다. 비만인을 비하 소재로 삼는 등으로 부정적 인식을 공고화하는 콘텐츠가 방영되거나, 혐오를 자극하는 무분별한 단어 사용 등에는 일정 부분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도비만인 김현지(23)씨는 “TV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비만인을 희화화 소재로 삼고 있는 것 같다”며 “비만인을 다룰 땐 부정적 인식을 주지 않도록 소재나 표현사용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도록 하는 규제 정도는 도입해볼 만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모델들의 깡마른 체형과 그들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들이 비정상적인 신체 이미지를 올바른 것으로 각인시키고 모델 당사자들의 건강을 해친다며, 여성 기준 34 사이즈(한국에서 44 또는 XS 사이즈) 미만 모델을 무대에 세우는 기획사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BMI 18.5를 밑도는 모델은 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BMI 18.5 미만 모델의 광고 출연을 금지한다.

비만인을 향한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비만 관련 정부 구호가 ‘비만은 질병’이라는 식으로 부정적으로만 흐르는 것을 경계해달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고도비만인 정문석(41)씨는 “비만인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것과 비만인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이우진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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