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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커제 9단 꺾고 재현시킨 ‘상하이 대첩’ 의미는

입력
2018.03.04 11:00
수정
2018.11.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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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중국 선수들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 가장 큰 수확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우승한 한국팀 주요 선수들(왼쪽부터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8단,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우승한 한국팀 주요 선수들(왼쪽부터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8단,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모든 스포츠에서 국가대항전은 치열하다. 자존심에 애국심까지 가미된 대결이다 보니, 언제나 불꽃이 튄다. 이미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반상(盤上) 맞대결 또한 예외는 아니다. 특히 한ㆍ중ㆍ일 3개국에서 각각 5명의 대표 선수가 참가해 유일한 단체 국가대항전으로 진행되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결과는 해당 국가의 바둑 경쟁력 평가로 직결된다. 농심신라면배는 지난 2004년 한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인 이창호(43) 9단이 당시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상대로 믿기 어려운 싹쓸이 5연승을 거두며 한국팀에 우승컵을 선사한 ‘상하이(上海) 대첩’을 완성한 대회로도 유명하다.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특별대국실에서 한국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19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원)의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당장, 표면적으론 세계대회 중 가장 큰 우승상금이 걸린 농심배를 지난 2013년 이후 5년 만에 재탈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로써 농심신라면배 우승 기록은 한국 12번, 중국 6번, 일본 1번 등으로 다시 쓰여졌다.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대국 자리에 앉은 김지석(왼쪽) 9단이 대국에서 승리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대국 자리에 앉은 김지석(왼쪽) 9단이 대국에서 승리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에 따른 더 값진 수확은 보이지 않게 가져온 부가가치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우리 기사들이 라이벌인 중국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기간 동안 국가대표 감독으로 현지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던 목진석(38) 9단은 “그 동안 여자 선수들에 비해 남자 선수들이 다소 열세였던 게 사실이었지만 이번 농심배 우승을 기점으로 ‘우리도 확실하게 해 볼만 하다’는 분위기 반전도 가져온 것 같다”며 “무엇보다 백돌을 쥔 커제(21) 9단을 결승전에서 이기면서 기쁨이 배가됐다”고 말했다. 중국 바둑의 자존심이자, 자국 랭킹 1위인 커제 9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흑돌 보다 나중에 두면서 덤(6.5집)을 받는 백돌로 둘 경우, 80% 이상의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해왔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핵심병기인 박정환(25ㆍ한국랭킹 1위) 9단 카드를 쓰지 않고도, 김지석(29ㆍ4위) 9단을 내세워 커제 9단을 잡았다는 부문도 긍정적이다. 한국 우승을 결정한 김 9단이 상대했던 커제 9단이나 앞서 벌어졌던 당이페이(24) 9단과의 대국 모두 사실상 전문가들조차 포기했던 승부였지만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바둑TV에서 김 9단의 마지막 두 대국 방송을 모두 진행한 김영환(48ㆍ9단) 해설위원은 “좌변(바둑판 왼쪽 측면)에서 대마가 잡혔던 커제 9단과의 대국이나 이미 중반전에서 패색이 짙었던 당이페이와의 대국 모두 김 9단이 기적적으로 뒤집었다”며 “개인전이었다면 진작 포기했겠지만 이번엔 국가대표단의 맏형으로서 끈질기게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7일 당시 신민준 6단(왼쪽)이 부산 농심호텔 특별대국장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6연승 상대였던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11월27일 당시 신민준 6단(왼쪽)이 부산 농심호텔 특별대국장에서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6연승 상대였던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차세대 주자들의 재발견 또한 이번 대회 우승 과정에서 떨어진 달콤한 열매다. 김지석 9단의 깜짝 막판 2연승에 앞서 1번 주자로 나섰던 신민준(19) 7단의 폭풍 같은 6연승 질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그 만큼, 다른 동료 선수들이 물리적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 7단의 6연승 제물로는 세계대회 우승자인 중국의 판팅위(22) 9단과 저우루이양(27) 9단, 천야오예(29) 9단을 비롯해 일본의 위정치(23) 7단, 쉬자위안(21) 4단, 야마시타 게이코(40) 9단 등 양국의 쟁쟁한 기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번 농심배 국가대표단에 신진서(18) 8단과 선발된 신민준 7단은 이로써 촉망 받는 10대 기사로 확실하게 낙점을 받았다.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은 “신민준 7단의 잠재력은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며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런 우려를 지울 수 있게 됐고 신민준 7단 또래의 다른 국내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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