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전쟁 점화

참모들 반대에도 “철강 25% 관세”
다음주에 행정명령 공식 서명
美 철강 뺀 제조업계 직격탄 예상
글로벌 증시 급락… 달러화 약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관세 10%를 각각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과 내각의 상당수 참모들이 미국 경제와 안보 양 측면에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극단적인 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과 캐나다 등 동맹국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산업별로 이해 관계가 엇갈려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미국 증시도 영향을 받아 철강업체 주식은 상승했지만 철강을 자재로 사용하는 다른 연관 산업들의 주식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전 세계 증시는 미국발 무역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심리를 짓누른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우리는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재건할 것”이라며 “관세를 도입하고 다음주에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가 부과될 것이다. 이는 장기간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하는 셈이다. 앞서 미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제안한 3가지 권고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12개 나라에만 최소 53% 이상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된 바 있다. 다만 이번 발표 과정에서 백악관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지적을 감안하면 최종안이 확정될 때까지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한 각국의 로비전 등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올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일부 나라에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결국 면제된 나라를 통해 철강 등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어 모든 나라에 적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간담회 참석자를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날 간담회는 백악관의 공식 일정에 없었으며 전날까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도 몰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피터 나바로 무역정책 보좌관과 월버 로스 상무장관이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백악관의 다른 참모들에게 알리지 않고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려 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의사 결정 과정 완벽한 붕괴”
美언론조차 비난… 공화당도 반발기류
관세 반대 콘 위원장 사임설도 나와
트럼프는 “무역전쟁은 좋은 것” 트윗

이날 오전 백악관 회의에서 콘 위원장이 관세 부과의 악영향을 경고하며 제지에 나섰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간담회에 기자들을 불러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강경 보호주의 그룹과 대립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적 본능을 제지하는 역할을 해왔던 콘 위원장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백악관을 떠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근거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지만 정작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 등 안보팀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동맹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해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지난 24시간 동안 벌어진 일은 백악관 의사 결정 과정의 완벽한 붕괴”라고 해석했다.

철강을 자재로 쓰는 미국 내 다른 업체들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른 나라의 보복 조치로 미국 경제에 이로울 게 없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은 무역 전쟁을 일으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전 세계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마크 페리 미시간대 교수도 “관세 폭탄에 얻어맞는 것은 중국 철강업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제조업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이번 조치가 초래할 의도치 않은 결과를 고려해 다른 접근법을 검토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럽과 캐나다 등 동맹국들도 즉각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튿날인 2일 트위터를 통해 “한 나라(미국)가 거의 모든 나라와의 무역 거래에서 수십억달러를 잃고 있다면, 무역 전쟁은 좋으며 이기기도 쉽다”고 밝히면서 미국 안팎의 거센 반발에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무역 전쟁 우려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을 쳤다. 코스피는 2일(한국시간) 25.20포인트(1.04%) 떨어진 2,402.16으로 장을 마쳤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타격이 예상되는 철강업종(-3.18%) 자동차업종(-2.92%)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2.5원 내린 1,080.3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에선 철강과 자동차주 중심으로 매도가 쏟아지며 닛케이 지수가 2.50%나 급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59% 하락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다우존스가 4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주요 지수가 모두 1% 넘게 급락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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