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아델리펭귄 이동 추적
번식기가 끝나면 먹이 찾아
하루 평균 40㎞ 이상 헤엄
2015년 1월 남극 세종기지 연구원들은 인근 펭귄마을에서 젠투펭귄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펭귄의 발목에 지오로케이터를 달았다. 극지연구소 제공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 새가 헤엄쳐봐야 고작해야 얼마나 가겠어?’

처음 펭귄 연구를 시작했을 땐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는 텃새인 까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월 번식기가 되면 번식지를 가득 메우던 펭귄들은 3월이 되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텅 빈 둥지만 남았다.

펭귄의 위치를 알아내는 가장 흔한 방법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하는 것이다. 펭귄의 몸에 위성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신기를 부착하면 된다. 하지만 GPS장치는 전력 소모가 많아 배터리가 오래가지 못하고, 기계가 큰 편이다. 하루나 이틀 정도 펭귄이 다녀온 경로를 알기엔 적합하지만, 장기간 추적하기는 어렵다.

2009년 프랑스 펭귄연구자인 보스트 박사는 처음으로 ‘지오로케이터’를 이용해 펭귄의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이 장치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이용해 해가 뜨는 시각과 해가 지는 시각을 기록하고, 이를 계산해 대략적인 위도와 경도를 추정한다. 무게는 10g 미만으로 펭귄의 발목에 케이블타이로 묶어주면 최대 3년까지도 추적할 수 있다. 그는 마카로니펭귄이 인도양 커귤렌섬에서 번식을 마치면 동쪽으로 최대 1만㎞ 이상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2010년 미국 펭귄연구자인 발라드 박사 역시 지오로케이터를 이용해 남극 로스해 아델리펭귄이 한 해 평균 1만3,000㎞를 이동하며, 최대 거리는 1만7,600㎞에 이르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도 세종기지 인근 펭귄마을에서 2014년부터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에게 이 장치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빛 조건에 따라 측정 오류가 발생하는 게 단점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장치가 ‘아르고스시스템’이다. 스스로 신호를 발생시켜 인공위성에서 신호를 수집하게 하므로 다시 펭귄을 잡지 않아도 위성에서 수신된 정보를 분석해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2016년 11월 22일부터 2017년 2월 2일까지 남극 로스해 케이프할렛에 번식하는 7마리 아델리펭귄의 이동경로. ‘163641’ 펭귄은 약 한 달 동안 약 1,000㎞ 가량을 이동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2016년 11월 22일,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남극 로스해 해양생태계보호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남극 케이프할렛에 번식하는 아델리펭귄의 이동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총 10마리에게 아르고스 발신기를 부착했다. 펭귄 등에 달린 장치는 45초 간격으로 인공위성에 전파를 보냈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펭귄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중 위치신호를 보내 온 것은 8마리.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번식기 동안엔 둥지 20~30㎞ 떨어진 가까운 바다에서 먹이를 찾아 새끼를 키웠지만, 번식이 끝나자 바다가 얼지 않는 동쪽 방향으로 곧장 헤엄쳐 갔다. 특히 ‘163641’ 펭귄은 하루 평균 40㎞ 이상을 헤엄쳐, 약 한 달 만에 1,000㎞ 가량을 이동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펭귄 깃털에 붙인 장치가 떨어지거나 기기 작동이 멈추는 바람에 전체적인 이동경로를 밝히진 못했다.

남극의 여름은 따뜻하지만 겨울이 되면 바다가 얼어붙어 먹을 것을 찾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한 겨울에도 바다가 얼지 않는 곳을 찾아 꽤 먼 거리를 헤엄치는 것으로 보인다. 펭귄은 비록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작은 날개를 열심히 저어 헤엄치는 장거리 이동 철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장기간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아델리펭귄에 아르고스 발신기를 부착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