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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TV다시보기] 파업 후 새 출발하는 KBS, 예능이라고 쉬운 길 가나

입력
2018.03.02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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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하룻밤만 재워줘’의 김종민(왼쪽)과 이상민. KBS 제공
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하룻밤만 재워줘’의 김종민(왼쪽)과 이상민. KBS 제공

“모든 KBS PD들의 숙제이자 고민입니다.”

기자간담회가 때아닌 반성의 자리가 됐다. 야심차게 준비했다던 새로운 프로그램에 날 선 비판이 가해졌다. 지난달 27일 KBS는 봄 개편을 맞아 KBS2 '하룻밤만 재워줘’의 박덕선 PD와 ‘건반 위의 하이에나’의 남성현 PD, ‘1%의 우정’의 손자연 PD를 한 자리에 모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는 냉랭했다. 참신하거나 기발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의 포맷이 문제였다.

이들 프로그램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상민과 김종민이 해외여행을 떠나 현지인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하룻밤만 재워줘’)를 져야 하고, 가수들이 음악을 만들어 온라인 음원사이트 차트의 상위권 대결(‘건반 위의 하이에나’)을 펼치며, 상반된 성향의 두 연예인이 만나 하루를 보내는 모습(‘1%의 우정’)이 전해진다. 공영방송만의 색채가 보이지 않는 건 괜한 트집일까.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 이미 방영되었거나 되고 있는 예능 포맷 때문인지 부정적인 요소만 눈에 띈다. 생판 모르는 남의 집에 벨을 눌러 한끼 달라는 JTBC ‘한끼줍쇼’를 떠올리면 ‘하룻밤만 재워줘’는 해외판 ‘민폐’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소지가 크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방송의 위력이 보여준 음원 차트 독식 현상을 간과한 채 정규 편성을 받은 느낌이다. MBC ‘무한도전’의 ‘가요제’ 특집 등 음악을 얹은 예능프로그램은 음악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늘 비판의 대상이었다. ‘1%의 우정’도 두 연예인의 일상 대부분이 여행이거나 ‘먹방’이라 신선함을 찾기 어렵다.

슬리피(왼쪽부터)와 정형돈, 정재형의 진행으로 2일 첫 방송되는 KBS2 예능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 KBS 제공
슬리피(왼쪽부터)와 정형돈, 정재형의 진행으로 2일 첫 방송되는 KBS2 예능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 KBS 제공
김희철(왼쪽부터)과 배철수, 안정환, 배정남이 3일 첫 방송되는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1%의 우정’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BS 제공
김희철(왼쪽부터)과 배철수, 안정환, 배정남이 3일 첫 방송되는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1%의 우정’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BS 제공

쉬운 길을 택한 듯한 KBS의 행보가 아쉬운 순간이다. 손자연 PD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반응이 빨리 오는 것들에 본능적으로 따르게 된다”며 “이번을 계기로 그런 부분들이 없는지 생각하고 반성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달 142일의 파업을 끝냈다. 구성원들은 지난 10년의 묵을 때를 씻어내고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승동 KBS PD가 KBS 신임 사장 후보로 선출돼 국회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이다. 그러나 새 출발선에 선 상황에서 선보이는 예능프로그램 3편은 KBS 앞날을 예고하는 듯하다. 웃음과 재미를 주는 게 주목적인 예능프로그램이라고 만듦새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프로그램일수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또 다른 공영방송 MBC는 딜레마에 빠진 듯해 보인다.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시청률 3%대에 머무르며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반면 JTBC ‘뉴스룸’의 시청률(8%)은 MBC보다 3배 가까이 높다. 한 번 잃은 시청자들의 신뢰는 그만큼 회복하기 힘들다.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때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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