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진전되자 돌아선 美와
심도 있게 협의해 신뢰 쌓아야”
“남북은 민간차원 교류 활성화
평창 이후 해빙 무드 유지를”
“덜컥 본대화 땐 상황 악화 우려”
탐색적 대화 신중론 주문도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가 28일 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엿본 정부가 중매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화 테이블 착석 조건을 둘러싸고 벌이는 북미 간 기싸움 조정이 쉽지 않다. 미국에는 한미공조의 건재함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 흐름도 유지해야 양측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올림픽을 계기로 연기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4월 재개될 가능성이 큰 만큼,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마무리되는 3월 18일을 전후로 북미가 ‘탐색적 대화’를 위한 테이블에라도 앉아야 한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26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해 “우리에 대한 악랄한 도전”이라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는 그러나 28일 “훈련의 추가 연기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양국 사이서 균형을 유지하되, 먼저 미국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평창 정국을 지나며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다소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탐색적 대화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시작인 만큼,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충분히 정리할 시간을 주고 대화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올림픽은 평화로웠지만, 이후 정부 운신의 폭은 오히려 좁아졌다”며 “미국이 사실상 북핵문제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한미공조를 조율하는 게 먼저”라고 당부했다.

현재로선 정부도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최근 대북특사 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나오지만, 이보다 먼저 대미특사·한미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전적으로 동의한다. 평양보다 워싱턴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평창 이후 남북 해빙 무드를 이어가기 위한 민간 차원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북한과의 신뢰를 계속 쌓아야만 ‘북미대화를 위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라’는 정부 주문도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이 패럴림픽에 예술단과 응원단을 보내지 않기로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을 조짐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당국자 회담에 의지하지 말고 문화ㆍ학술 교류 등 민간 교류를 더 활발히 뒷받침해야 한다”며 “유엔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분야가 여럿 있다”고 조언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도 “대북제재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당장 덜 부담스러운 비정치적 교류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탐색적 대화가 이뤄질 경우 대화 이후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준형 교수는 “탐색적 대화를 했다가 덜컥 본격적 대화로 넘어가게 된다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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