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롯데홀딩스 등 87% 찬성표
모든 순환ㆍ상호출자 해소 절차
계열사 절반 이상 롯데지주 품에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롯데그룹이 비상 경영의 첫 관문으로 여겨졌던 계열사 분할합병안을 무사히 통과시켰다.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롯데지주는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롯데상사,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의 합병 및 분할합병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안건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인됐다. 의결권 있는 총 주식 5,811만여주 가운데 3,900만여주가 참석해 이 중 87.03%(3,395만여주)가 찬성표를 던졌다. 주주가치 제고, 경영 투명성 강화 등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관심이 쏠렸던 일본롯데홀딩스는 위임장을 통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롯데는 분할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는 4월1일 그룹 내 모든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를 해소하게 된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계열사는 지난해 10월 41개에서 이번 합병으로 53개로 늘어난다. 그룹 계열사 92개 중 절반 이상이 롯데지주 아래 속하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인해 의결권을 기준으로 한 롯데지주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0.9%까지 올라간다.
앞서 롯데는 2015년 이후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해 오면서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번 합병안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등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모두 해소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것이다.
롯데지주는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사 체제의 안정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와 함께 지배구조의 투명성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투자기능을 롯데지주로 통합함으로써 투자역량 강화 및 관리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으며, 계열사들은 전문경영과 책임경영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제고할 수 있게 됐다. 황각규 부회장은 “이번 순환ㆍ상호출자 해소를 통해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는 신동빈 회장 항소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 5월 사업권이 만료되는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일본롯데홀딩스 지배 아래 있는 호텔롯데 상장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긴장을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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