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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평창 이후의 한반도 평화 구상

입력
2018.02.27 14: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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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압박과 대화 지속을 병용해야

北 지도부의 전략적 결단이 우선과제

출발선에 선 문재인 정부의 외교역량

한때 평창은 남북 군사적 대결의 전초 기지였다. 50년 전 이맘 때 울진, 삼척 지구로 상륙한 북한 무장 게릴라 집단이 공산당이 싫다는 어린이를 살상한 곳이 평창이다. 이제 그곳에서 세계 90여개국 청년들과 함께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이 참가한 동계 올림픽 제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군사적 대결의 기억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남북이 단일팀으로 참가하여 세계 평화의 축전이 개최된 의미를 살려, 평창 이후의 한반도 평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의 한반도 상황은 북한의 거듭된 핵 및 미사일 실험으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 발 군사위협이 가시화하자 유엔을 위시한 국제사회로부터의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대응의 수준도 전례 없이 격상되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에 보도했듯이 미국의 주요 군부대들이 한반도 상황에 대비한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만난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한반도 내 분쟁 발발 가능성이 70~80%에 달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북한 지도부가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에의 참가를 표명하고, 선수단과 아울러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국제적 압박을 회피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가장 큰 동기였다고 생각된다. 비록 올림픽 기간 중에 군사적 대결 위험성이 유예되었다고는 하지만, 축제가 끝난 뒤에 다시금 군사적 대립의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렵게 획득한 핵 및 미사일 능력을 북한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도 그에 대해 묵과하지 않고 압박을 일층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 어떻게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방법론에 관해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보수는 한미동맹 강화와 자주국방 태세 강화를 주장한다. 진보는 남북 대화 재개와 협력사업 추진을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필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관건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북한 입장에 대응하여 군사적 압박과 같은 직접적 수단과 대화 지속 같은 간접적 수단을 동시적으로 병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북한 지도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결단을 먼저 내려야 한다. 예컨대 모처럼 조성된 긴장완화의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핵 및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우선적으로 행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강압 전략이 한층 고도화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3축 전력 증강 등 국방개혁 핵심 과제들을 추진하면서, 한미간 밀접한 협의를 통해 이미 유예된 연합군사훈련의 재개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 여하에 따라 그 규모는 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정상회담 개최가 무조건적으로 남북간 평화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몇 차례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적 군사 도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남북간 대화 채널 유지는 필요하다. 최문순 강원도 지사가 제안한 2021년 동계아시안 게임의 남북 공동 개최 구상은 그런 면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이러한 대화 채널 확대를 통해 북한을 내부로부터 변화시켜 비핵화 여건을 조성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서울올림픽의 종료 이후 한국은 대회에 참가했던 구공산권 국가들과 수교, 이를 바탕으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및 기본합의서 채택 등을 추진해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북한도 참가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여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선수들은 돌아갔지만, 문재인 정부의 외교역량은 이제 출발선에 서 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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