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짬뽕을 생각한다’ 韓中日 전문가 3인 대담

1899년 나가사키 정착한 중국인
가난한 유학생들 먹이기 위해
처음 만든 음식이라는 설 유력
원조는 국물이 하얀 ‘백짬뽕’
매운맛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
국내 들어오며 고추짬뽕으로 발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중식당 ‘진진가연’에서 박정배(왼쪽부터) 음식 칼럼니스트와 왕육성 진진 셰프, 일본 나가사키 오바마촌의 히야시다 마사아키씨가 모여 한중일 짬뽕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일본 도쿄 위쪽으론 짬뽕이란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아예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일본에서 짬뽕은 라멘만큼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음식은 아닙니다.”(하야시다 마사아키씨)

“과거 한국엔 울면, 기스면 등 국물이 있는 중국 면 요리가 여럿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짬뽕이 다 평정했죠. 한국의 짬뽕은 강렬한 감칠맛과 화끈한 불맛으로 점점 분화ㆍ발전하고 있습니다.”(박정배 칼럼니스트)

“중국은 북방과 남방의 면 스타일이 달라요. 북방에선 손으로 쳐서 뺀 수타면으로 끈기가 있지만 대만이나 홍콩으로 내려오면 면이 마치 풀어진 것처럼 부드럽습니다.”(왕육성 셰프)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의 짬뽕 전문가들이 만났다. 2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중식당 ‘진진가연’에서 열린 짬뽕 대담에서다. ‘우리는 다시 동아시아의 짬뽕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는 미쉐린 1스타 식당 ‘진진’의 왕육성 셰프, 일본 나가사키현 오바마마을의 ‘짬뽕 반장’ 하야시다 마사아키,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그리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박찬일 셰프가 참석했다. 박 셰프는 짬뽕이 “중국인에 의해, 일본에서 개발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은 먹는 묘한 음식”이라며 “동아시아 3국이 짬뽕 문화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정확한 유래나 교류 과정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 셰프가 짬뽕을 놓고 한중일을 한자리에 모을 구상을 한 건 3년 전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의 오바마 마을을 방문했을 때다. 인구 2만여명의 작은 마을 곳곳에 짬뽕집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란 그는 짬뽕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지역 공무원 하야시다씨를 만났다. 하야시다씨는 유명한 온천 관광지였던 마을에 관광객이 줄자 짬뽕을 통해 마을을 활성화시키고자 짬뽕 지도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하야시다씨와 진지하게 짬뽕에 대해 토론한 박 셰프는 평소 친분이 있던 왕 셰프와의 만남을 추진하기로 했다. 왕 셰프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은 중국 톈진, 모친은 산둥성 옌타이시 출신이다. 1954년생으로 중화요리의 오랜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그를, 박 세프는 “짬뽕의 변천사를 증언해줄 중요한 노장급 요리사”라고 소개했다.

일본 나가사키의 짬뽕은 국물이 하얗다. 한국의 짬뽕은 하얀 짬뽕에서 빨간 짬뽕으로 바뀌었지만 애초에 나가사키에서 건너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대담은 짬뽕이란 단어의 유래로 시작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중국에서 시작된 이 음식이 일본 나가사키현으로 건너가 거기서 비로소 짬뽕이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 1899년 중국 푸젠성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천핑순이라는 중국인이 나가사키에 시카이로라는 중국식당을 연 뒤 가난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싸고 푸짐한 요리를 먹이기 위해 고안해낸 음식을 짬뽕이라고 불렀다는 게 유력한 설이다. 이는 무수한 질문거리로 이어진다. 일본 은 왜 그 음식을 짬뽕이라고 불렀을까, 한국의 짬뽕은 중국에서 온 것인가, 일본에서 온 것인가, 나가사키 짬뽕은 하얀색인데 왜 한국의 짬뽕은 빨간색인가.

사회를 맡은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는 “일본에서 짬뽕은 본래 음식 이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짬뽕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882년 ‘사토카가미’란 책으로, 서로 다른 술을 섞거나 다른 의약품을 혼합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재미있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국내에서 짬뽕이란 말이 등장한 건 1960년대인데, 당시 한 일간지에서 ‘섞였다’는 의미에서 ‘짬뽕 내각’이란 말을 사용했습니다.”

한국에서 짬뽕이 음식을 지칭하기 시작한 건 70년대 들어서다. 나가사키 짬뽕과 비슷한 백짬뽕이 먼저고, 지금 같은 붉은 짬뽕은 나중에 나왔다. 왕육성 셰프는 70년대 초반 처음 고추짬뽕을 본 기억에 대해 얘기했다. “그땐 간장을 약간 넣은 하얀 짬뽕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어떤 요리사가 장식을 한다고 볶은 실고추를 살짝 올린 거예요. 향도 좋고 보기도 좋으니 유행처럼 퍼져 언젠가부터 짬뽕 위엔 무조건 실고추가 올라갔어요. 그게 고추짬뽕이 탄생한 계기입니다.”

한국에서 국물이 붉은 짬뽕은 1970년대 초반 등장했다. 이후 점점 맛이 매워지며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국물 면요리로 자리 잡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얀 짬뽕이 원조라면 한국의 짬뽕은 나가사키에서 유래한 것일까. 박 칼럼니스트는 “(짬뽕이란) 단어가 일본에서 온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문화도 들어왔는지 여부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백짬뽕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면발에 결정적인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야시다씨는 나가사키 짬뽕의 가장 큰 특징으로 “탄력이 없는 풀어진 듯한 면”을 꼽았다. “전통 나가사키 짬뽕은 면에 토아쿠(탄산나트륩)를 사용했는데 이걸 넣으면 면의 탄력이 죽으면서 부들부들해집니다. 토아쿠는 알칼리계이기 때문에 특유의 쓴맛과 풍미가 있어요. 이게 나가사키 짬뽕 특유의 맛을 완성합니다.”

현재 오바마 마을의 짬뽕은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색색의 오뎅을 넣은 게 특징이다. 스시를 먹고 난 뒤 후식으로 인기가 많다. 그러나 나가사키에 있는 1,000여곳의 짬뽕집에도 불구하고, 하야시다씨에 따르면 일본의 짬뽕은 아직 라멘만큼 유명한 음식은 아니다. 그는 “아오모리에서 짬뽕을 만들어 판 적이 있는데 어르신들이 야끼소바로 착각하고 ‘국물은 됐고 면만 달라’고 하더라”며 “특히 북쪽에선 중화탕면이란 말은 알아도 짬뽕이란 단어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짬뽕이 라면, 짜장면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면 요리로 자리 잡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칼럼니스트는 그 원인을 짬뽕맛이 맵고 자극적으로 진화한 데서 찾았다. 기름지고 화끈한 맛의 짬뽕 국물이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들어맞아 짬뽕 라면, 짬뽕밥, 짬짜면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오늘 한중일 3국이 만난 것처럼 짬뽕은 섞일수록 맛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짬뽕의 정확한 유래와 더불어 라면, 우동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자리도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박 칼럼니스트)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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