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드]

#1
美 사모펀드 TRG, BBQ서 인수
공격경영으로 3년 만에 매출 2위로
모회사였던 BBQ와 물류센터 소송전
박현종 회장 이적도 뒷말 많아
#2
유한회사서 주식회사로 법인 변경
‘창고43’ 등 브랜드도 bhc 아래로
“매각가치 극대화 추구” 분석

2016년 치킨업계 눈과 귀는 ‘bhc’의 폭풍 성장에 쏠렸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TRG)이 BBQ로부터 bhc를 인수한 2013년 당시 업계 10위에 불과했던 bhc가 불과 3년 만에 모회사였던 BBQ를 제치고 매출 기준 2위 업체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치킨업계는 당시 bhc가 급성장한 이유를 대주주인 TRG의 공격 경영에서 찾았다. 단기간에 회사 가치를 올린 후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과감한 투자와 신메뉴 개발 등의 공격적 경영 전략을 급하게 추진했다는 분석이다.

TRG 인수 당시 806개에 불과했던 bhc 매장 수는 2016년 1,395여개로 크게 늘어났다. 매출도 827억원에서 2,326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TRG가 이후 사들인 ‘그램그램’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 다른 외식 브랜드 매출까지 합하면 전체 매출은 3,600억원에 달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군소 치킨 브랜드로 분류되던 bhc를 인수할 때만 해도 3년 만에 매출을 3배 가까이 늘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TRG가 차츰 치킨 외에 소고기 등 외식 업계 전방위로 보폭을 넓히자 시장 점유율을 뺏길 것을 우려한 토종 외식 업체들이 잔뜩 긴장했다”고 말했다.

모회사 BBQ와 진흙탕 소송

승승장구하던 bhc는 지난해 모회사였던 BBQ와 소송전을 벌이며 다시 한번 치킨 업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양사의 법정 다툼은 BBQ가 bhc에 매각한 물류센터를 10년간 같이 쓰기로 했던 계약을 파기하면서 촉발됐다. bhc는 BBQ의 일방적 계약 파기로 물류용역 대금 손해를 봤다며 지난해 4월 BBQ를 상대로 13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6개월 뒤인 10월에는 손해 배상액을 기존보다 17배 늘린 2,360억원으로 수정해 소송을 재청구했다.

소송을 당한 BBQ는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bhc에 회사와 물류센터까지 묶어서 판 금액이 약 1,200억원인데, 계약파기로 인해 배상 금액이 매각 가격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BBQ 관계자는 “물류 계약을 파기한 이유가 신메뉴 개발 정보 등이 누출되는 것 때문이었는데 bhc는 오히려 수천억원대 소송을 걸었다”며 “과거 한 식구였던 bhc의 행보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임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소송을 당한 BBQ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BBQ는 bhc 일부 임원진들이 BBQ 정보통신망에 무단 침입해 신메뉴ㆍ마케팅 자료, 해외 사업서 계획서 등 영업기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이 회사 임직원 40여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BBQ 측은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통해 bhc 측이 사내 정보통신망에 불법 로그인한 증거 자료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bhc는 BBQ의 고소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매각 당사자가 경쟁사 회장으로
박현종 bhc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bhc제공

BBQ 고소의 주 타깃 현재 bhc 박현종 회장이다. 박 회장은 삼성에서 27년간 근무하다 BBQ의 글로벌 대표로 발탁돼 1년 정도 BBQ에서 근무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BBQ가 bhc 매각을 결정했을 때 BBQ 편에서 TRG와 매각 협상 작업에 벌인 사람도 박 회장이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종료된 후 박 씨는 bhc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에는 TRG의 신임을 바탕으로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 다른 외식 브랜드 경영을 책임지는 회장으로 승진했다.

BBQ는 박 회장이 매각 과정에서 TRG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BBQ에 손해를 끼쳤다고 의심하고 있다. TRG는 bhc를 인수하고 1년 만에 BBQ를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했다. bhc 가맹점 숫자가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져 회사 가치보다 더 비싼 값을 냈다는 게 제소 이유다. 국제중재법원은 BBQ가 계약서에 개점 예정 점포 수는 부풀리고, 폐점 예정 점포 수는 줄여 기재했다고 보고 TRG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로 BBQ는 TRG에 100억원을 배상해줘야 했다.

이에 대해 BBQ는 BBQ 대표로 매각을 주도한 박 회장이 TRG로 적을 옮긴 뒤 자신이 작성한 계약서에 문제 있다고 소송을 제기하는 꼴이라고 말한다. BBQ 관계자는 “점포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는 박 회장이 계약서에 잘못된 정보를 기재한 것은 의도적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BBQ는 박 회장에게 매각 작업을 맡겨 놨을 뿐 매장 수를 부풀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매각 협상에는 나섰으나 점포 실사 자료 등을 자신이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ICC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개진했고 ICC가 이를 받아들여 재판에서 승소했다는 게 bhc주장이다.

bhc 관계자는 “BBQ와 TRG는 매각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주고받을 때 박 회장을 수신자에서 제외시켜 박 회장이 관련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특히 계약서상에는 모두 윤홍근 BBQ 회장이 사인이 들어간 만큼 이를 박 회장 책임으로 모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유한회사 주식회사 반복하는 TRG

TRG가 bhc를 인수한 지 5년 가까이 되자 시장에서는 bhc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TRG가 지난해 bhc의 법인형태를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바꾸면서 매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늘고 있다.

TRG는 2013년 bhc를 인수한 뒤 법인형태를 유한회사로 정했다. 유한회사는 실적이나 배당 형태 등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어 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자본이 선호하는

법인형태다. TRG가 인수한 후 bhc의 배당 성향 등 구체적 재무정보도 드러난 게 없다. 그런데 TRG는 지난해 bhc의 법인 형태를 주식회사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창고43’ 등 5개 외식 브랜드를 bhc 아래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진행했다.

증권시장 관계자는 “자본을 이전하거나 배당금을 크게 늘려도 드러나지 않는 유한회사를 주식회사로 바꾼 것은 매각 작업을 준비하는 거로 해석될 수 있다며 “나머지 외식 계열사를 한 곳에 묶으려는 것도 매각가를 극대화하기 위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Bhc 측의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아 매각가 산출의 근거가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bhc 최초 인수 가격의 5배 이상인 5,000억~7,000억원 정도에 매각가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bhc측은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bhc 관계자는 “사모펀드인 만큼 언제가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겠지만 지금 매각 작업을 당장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해 대표 기자간담회를 통해 매각보다는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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