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사계절은 어떤 모습일까

독도의 봄 - 5월 독도에는 돌계단 위에서도 부화한 괭이갈매기 새끼를 발견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새끼 괭이갈매기가 막 깨어나는
봄에는 발 밑을 잘 살펴 걸으세요
#돌채송화 노랗게, 초종용 파랗게
식물들 색의 향연 아름다운 여름
#바다제비가 판 번식 구멍이 촘촘
평온한 가을 들추면 치열한 삶이
#곤충 알 품고 겨울 나는 억새이끼
칼바람에 바짝 엎드려 생명 지켜

2015년 5월 21일 새벽 4시. 어두 컴컴한 울릉도 저동항 독도호에 10여명이 모였습니다. 독도의 생태계를 정밀조사하기 위해 5년 만에 다시 조사팀이 꾸려진 겁니다. 작은 낚시 배이던 독도호는 조사팀을 태우는 임무를 띤 독도 조사선이 되었습니다. 독도로 가는 바닷길은 쉽지 않습니다. 실제 다수의 조사팀들이 독도를 입도하기 위해 4, 5번 시도해서 1, 2번 성공하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번엔 성공이었습니다. 출발 4시간만인 아침 8시 드디어 독도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전 거친 바다 위에서 바라본 일출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형, 식물, 동물, 해조류, 해양무척추동물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 사이엔 비장함이 감돕니다.

독도에 도착하기 전 거친 바다 위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독도는 동도와 서도 두 개의 큰 섬과 89개의 부속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동도에는 독도를 지키고 있는 독도경비대 인원들이, 서도에는 김성도 이장과 독도관리사무소 파견 직원들이 있는데요, 독도경비대장과 독도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조사 목적과 인원 점검을 받습니다. 독도는 환경부 지정 특정도서 제1호와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관련기관에 허가를 맡고 조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독도의 사계절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봄(5월), 여름(7월), 가을(10월), 겨울(1월) 이렇게 4번 들어갑니다. 이제 독도의 가파른 계단에 발을 내디디니 마음이 떨립니다.

새끼 괭이갈매기가 맞이하는 봄

독도에 도착한 조사팀을 반기는 것은 5만여마리의 괭이갈매기입니다. 괭이갈매기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땅 위에 조그만 틈이 보이면 이건 바로 괭이갈매기의 집입니다. 늦게 도착한 괭이갈매기는 돌 계단 위에 집을 만들었습니다. 일찍 도착한 괭이갈매기들이 좋은 장소에 집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괭이갈매기는 돌 계단 위에서 알도 품도 새끼도 부화시키지요. 조사를 할 때는 발 밑을 조심해서 걸어 다녀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새끼 괭이갈매기가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독도의 봄 - 독도 서도 물골에는 어린 줄기의 겉모양이 호랑이 무늬 같다는 의미를 지닌 왕호장근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독도 서도 물골에는 왕호장근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왕호장근은 어린 줄기의 겉모양이 호랑이 가죽 무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원래 울릉도에서만 자라고 독도에 없던 식물인데 독도관련 협회와 관리부서가 토양 안정화를 위해 1979년부터 가져다 심었습니다. 만약 여기에 이식했다는 기록이 없었다면 왕호장근은 원래 독도에 살고 있었던 식물처럼 보입니다. 독도 서도의 북사면 대부분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왕호장근 숲의 생태계 조사를 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흑비둘기 몇 마리가 죽어 있는 걸 발견했는데, 어디가 아파서 죽었는지 왕호장근 숲에 걸려 죽었는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왕호장근 사이로는 동백나무와 참빗살나무 몇 그루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독도에는 소나무, 후박나무, 무궁화, 향나무, 보리밥나무 등 많은 나무를 심었는데요 현재 동백나무, 보리밥나무, 사철나무 등만이 남아 있습니다. 독도의 바람과 바람에 불어오는 바닷물에 견뎌야 하는 반면 양식이 되는 독도의 흙 두께는 약 10~20㎝ 내외에 불과해 나무가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독도의 여름 - 7월 어엿한 쳥년으로 성장한 괭이갈매기들은 여전히 회색깃털이라 괭이갈매기로 알아보기 쉽지 않다. 국립생태원 제공

화려한 동ㆍ식물로 물들은 여름

7월에 찾아가니 봄에 갓 부화한 새끼 괭이갈매기들은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아직 어른 괭이갈매기의 하얀 깃털을 만들지 못했지만, 새끼 새들은 여기저기서 비행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새끼 괭이갈매기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얀 괭이갈매기 무리 사이로 회색 깃털의 새가 뒤따르고 있었으니까요. 새를 전공한 박사가 괭이갈매기라고 알려줬습니다. 이렇게 훌쩍 커버린 괭이갈매기를 보니 독도가 생명을 잘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도의 여름은 돌채송화가 피면서 노란색으로 물든다. 국립생태원 제공

여름의 독도는 화려한 색의 식물들로 장관을 이룹니다. 독도를 파랗게 물들이는 초종용은 여기 저기 꽃을 피웠습니다. 보통 사철쑥에 기생하며 자라는데, 독도에서는 갯제비쑥 뿌리에 기생하여 살고 있습니다. 독도를 노랗게 물들이는 꽃들은 돌채송화, 번행초, 섬기린초, 댕댕이덩굴, 선괭이밥 등입니다. 돌채송화는 채송화와 비슷하지만 바닷바람과 바위 틈 사이에 살아가기 위해 좀 더 작고 튼튼하게 생겼습니다. 독도경비대 소로(小路)길 주변으로는 마디풀, 콩다닥냉이 등의 하얀 식물들이 길가 옆으로 납작하게 엎드려 자라고 있습니다.

화려한 꽃들 사이에는 작은 곤충들이 생명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곤충은 152종에 달합니다. 흰명아주와 가는명아주 식물 사이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이름에는 명아주 식물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명아주노린재, 명아주장님노린재, 명아주나무이 등. 참소리쟁이 식물 사이에는 참소리쟁이애좁쌀바구미, 소루쟁이진딧물 등의 곤충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너무 작아서 곤충박사가 알려주기 전까진 찾기 힘듭니다. 독도를 기점으로 특이하게 살아가는 곤충도 있습니다. 독도에서 발견된 독도장님노린재는 다른 나라에는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된 미기록종으로 독도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이 곤충에게 북방한계선인 독도는 아주 중요한 서식처입니다.

독도의 가을 - 10월 독도에는 보랏빛 해국이 피어난다. 국립생태원 제공

동ㆍ식물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가을

10월 독도의 가을은 보랏빛 해국이 점령합니다. 청명한 하늘과 화창하게 뜬 햇살은 독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어엿한 청년의 괭이갈매기들은 이제 독도에 없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울릉도 해안이나 동해안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평온하게 보이기만 하던 독도의 생명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동도 한반도바위에는 개밀, 바랭이, 돌피 등 벼과 식물들 군락 아래로 조그마한 구멍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은 바다제비들이 구멍을 파서 둥지를 만든 겁니다. 바다제비는 낮에는 주로 집에서 쉬고 있다가 밤이 되면 활발히 활동하는 야행성 새입니다. 밤에 활동하다 보니 예전엔 어린 새들이 쇠무릎 식물 씨앗에 걸려 죽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바다제비를 보호하려 쇠무릎을 제거했고 지금은 다행히 쇠무릎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쇠무릎의 전철을 밟을지 아닐지 기로에 서 있는 대상은 바로 집쥐입니다. 10여년 전 집쥐는 독도 시설공사 시 큰 배를 타고 따라 들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인센서카메라와 집쥐의 똥 등으로 1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집쥐가 괭이갈매기의 알을 먹거나 새끼들에게 위해를 줄 경우 집쥐는 쇠무릎처럼 제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독도 생태계 내에서 집쥐의 역할이 포식자인지 조절자인지 아니면 생태계를 교란하는지 아닌지 등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식물들도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독도에 원래 자생하진 않지만 지금은 큰 군락을 이루고 있는 벼과 식물 큰이삭풀입니다.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이 식물은 독도에 10~15년 전 들어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독도경비대 인근 대부분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도에 들어온 외래식물은 약 14종 정도 됩니다. 독도 경비대 주변에만 자라는 마디풀, 박주가리, 질경이 등이 독도의 건설 공사나 관광객들에 의해 들어온 것입니다.

생명을 품는 겨울

독도는 우리에게 겨울을 쉽게 보여 주지 않습니다. 거친 독도의 겨울바다는 뱃길을 열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울릉군청에 독도 입도를 신청한 조사팀은 우리팀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5월부터 조사선으로 타던 독도호는 겨울 바다를 해치고 갈 만큼 크지 않습니다. 2016년 1월 16일 그보다 더 큰 아일랜드호로 독도에 들어갑니다. 독도에 들어가기로 한 날짜를 잡아놓고 파도가 높아 3, 4번이나 날짜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그 해 겨울 독도에 입도를 허락한 단 하루뿐인 날, 독도경비대가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독도의 겨울 - 겨울철 독도 바닷속 해조류 중 제일 큰 대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선착장 인근에는 오징어 새끼들이 유유히 놀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은 바닷속 해조류들이 생명을 품고 탄생시킵니다. 대황, 감태, 모자반류 등이 군락을 이루고 겨울 독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황은 해조류 중에서도 으뜸으로 큽니다. 바닷속 숲을 이뤄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유지하며 다른 생명들에게 서식처, 산란장, 은신처를 제공합니다. 대황은 우리나라에서 독도와 울릉도 일부에만 자라는 다시마과의 해조류인데요, 겨울에 포자(씨앗)를 품고 있다가 봄에 방사합니다.

독도의 겨울은 돌채송화, 번행초, 도깨비고비, 갯제비쑥, 참소리쟁이, 방가지똥, 섬기린초, 술패랭이꽃, 보리밥나무, 사철나무, 이끼 등으로 푸르게 보입니다. 도깨비고비는 독도에 살고 있는 유일한 양치식물(고사리종류)입니다. 바위에 축 쳐져 있는 모습은 독도의 겨울을 더욱 푸르게 보이게 합니다.

겨울철 독도에선 도깨비고비 등이 자라며 푸르름을 유지한다. 국립생태원 제공

서도 물골의 숲을 이뤘던 왕호장근군락 밑에 조용히 생명을 품고 있던 이끼군락도 드러납니다. 우산이끼, 참지네이끼, 버들이끼, 억새이끼 등 10종의 이끼들이 있습니다. 특히 억새이끼는 독도의 이끼 중 왕호장근군락 같이 지표면 대부분을 덮고 있습니다. 억새이끼란 이름은 큰 무리를 이루며 살고 있는 모습이 억새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끼들은 곤충의 알 등을 품고 겨울을 납니다. 춥고 삭막할 것만 같은 겨울의 독도이지만 여전히 생명을 품습니다.

오후 7시 독도의 서도 너머로 해가 떨어집니다. 독도의 서도 높이는 해발 168.5m, 동도는 98.6m로 높진 않지만, 조사팀은 동도와 서도를 오가느라 다들 지쳐 있습니다. 어느덧 조사를 마치고 울릉도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독도를 뒤로하고 다시 거친 바다 위를 지나 울릉도로 향합니다. 5년 후에 다시 만나자, 그 동안 독도를 잘 부탁해, 괭이갈매기야, 대황아!!.

※ 독도는 환경부가 지정한 제1호 특정도서입니다. 특정도서란 생태계가 우수하고 보전할 가치가 있는 도서를 대상으로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도서입니다. 독도 생태계 정밀조사는 5년에 한번, 모니터링 조사는 매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후년 다시 독도의 4계를 만날 겁니다.

최승세 국립생태원 자연환경조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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